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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학생 30만’ 장밋빛 계획…교육의 질 관리가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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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입학 문턱 낮춰 4년 내 외국 학생 76% 증원 목표

묻지마 증원보다 취업 이르게 해 줄 교육이 관건

교육부가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프로젝트)’을 발표했다. 목표는 ‘2027년까지 30만 유학생 유치로 세계 10대 유학 강국 도약’이라고 명시됐다. 약 17만 명(2022년 기준)인 국내 대학·전문대 유학생을 4년 뒤까지 약 76% 늘리겠다는 것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교육원 등을 활용해 정부가 학생 유치에 나선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대학에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대학에 중국·베트남 학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학생들 때문에 토론·발표 수업과 조별 과제 수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이로 인해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의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유학생 학사관리 부실, 학생들 불법 취업·체류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유학생들도 불만이 많다. 대학이 자신들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적응과 진로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중앙일보의 2019년 유학생 대면 조사(36명)에서 ‘한국어 능력 기준 등 유학생 입학 기준을 높여야 하나’라는 질문에 78%의 학생이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언어 능력 미달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 조사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 몇 등급이 돼야 수업과 시험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나’ 물음에는 70%가 6급, 25%가 5급을 택했다. TOPIK에는 1∼6급이 있고 6급이 최고다. 대다수 한국 대학은 3급 또는 2급이 입학 기준이다. 2급 시험의 어휘·문장은 초등학교 국어 수준이다. 70% 이상의 유학생이 중국·베트남·우즈베키스탄·몽골에서 왔다. 영어 수업도 쉽지 않다.

교육부는 한국어 평가를 공인 시험인 TOPIK 점수가 아니라 한국어 교육기관 수업 이수 증명서 등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불법 취업·체류를 막기 위해 만든 재정 능력 심사 기준도 낮추고, 유학생 아르바이트 허용 시간도 주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정부의 고민을 모르지 않는다. 인구 감소로 학생이 계속 줄고 정치적 고려 때문에 등록금 인상도 어렵다. 대학 파산 속출의 현실이 코앞에 다가왔다. 유학생 증원이라는 긴급 수혈에 눈을 돌릴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학업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학생까지 욕심을 내며 대학 문턱을 낮추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의 결과만 낳을 수 있다. 대학 교육의 질이 높아야 해외에서 인재가 온다. 한 세대 전 한국 학생들이 외국 대학 중 입학하기 쉬운 곳에 몰려갔지만, 한때의 유행에 그쳤다. 교육 수준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졸업생 취업 능력의 관건인 본질(교육과 연구)에 충실해야 대학이 산다. ‘10대 유학 강국’의 꿈도 이것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