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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까지 써가며 기술 빼돌렸다"…LG엔솔 전직 임원급 재판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최대 2차 전지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직 임원이 회사 비밀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성범)는 LG에너지솔루션 전직 임원급 간부 정모(50)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자문중개업체 A사의 전 임원 최모(34)씨에 대해선 비밀 누설을 도운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일하던 2021년 4월~지난해 4월 A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돈을 받고 회사의 2차 전지 영업비밀 16건을 촬영하고, 영업비밀 24건을 빼돌려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빼돌린 영업비밀은 2차 전지 연구개발 동향 및 로드맵, 생산라인 현황, 자동차회사와 계약 등으로, 이 중에는 국가핵심기술도 1건 있었다.

정씨는 이런 방법으로 자문중개업체를 통해 최소 320여 건의 자문을 해주고 자문료 약 9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의 자문료는 구두자문 시간당 평균 1000달러, 서면자문 1건당 최소 3000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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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영리목적 자문행위를 금지하는 내부공지를 하고 자문중개업체에 자사 직원에 대한 접촉금지 공문을 보내자 정씨는 가명을 만들어 자문을 계속하고 이를 위해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공문서 변조)와 자문료 약 4000만원을 차명 계좌로 송금한 정황이 드러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해고됐다.

검찰은 경쟁업체 청탁을 받거나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내부 기밀을 빼돌리는 통상적 영업비밀 유출과 달리,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등 고객사가 자문중개업체를 통해 특정회사 전·현직 임직원들(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고 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빼낸 신종수법으로 평가했다. 검찰은 “다른 국내 자문중개업체도 대부분 해외에 본사를 두고 1대1 비공개 자문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유사 범죄 사례를 확인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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