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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 위에선 소떼 뛰놀고, 지하 2㎞ 아래엔 CO₂ 10만t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 센터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채취하는 가스전 앞에서 저장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 E&S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 센터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채취하는 가스전 앞에서 저장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 E&S

15일(현지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도심에서 서남부 쪽으로 240㎞ 정도 떨어진 오트웨이 타운. 자동차로 3시간쯤 달리는 동안 드넓은 초원에서 소 떼가 자유롭게 풀을 뜯는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비포장도로 왼쪽의 호주 국책 연구기관 ‘CO2CRC’라고 적힌 작은 팻말만이 이곳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연구하고 검증하는 실증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CO2CRC는 CCS 실증센터를 운영하는 호주 연구기관이다. 여의도 면적(2.9㎢)의 1.5배인 4.5㎢ 초원에서 드문드문 파이프와 계기판이 달린 기계 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호주 탄소 포집·저장 실증센터 가보니

CCS는 이산화탄소 포집(Capture)·저장(Storage) 기술을 뜻한다. 발전소나 산업 현장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분리·포집한 뒤 압축·수송해 생산이 끝난 고갈 가스전이나 깊은 지하수층(대염수층)에 저장함으로써 격리하는 방식이다. 세계 각국이 넷제로(탄소 순배출량을 ‘0’로 만드는 것)를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기존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 관리자 “지진에도 문제 없어” 자신감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2004년부터 고갈 가스전과 대염수층 저장소에 9만5000t의 CO₂를 주입해 현재까지 CO₂가 지상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저장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2만3700여 대의 자동차가 한해에 뿜어낸 CO₂배출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땅속 저장층 상황을 보여주는 이미지 생성 기간을 6개월에서 이틀로 줄였다”며 “비교적 강한 지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 센터 내 이산화탄소(CO2) 주입정. 이곳에서 지하 저장층으로 CO2를 주입한다. 최은경 기자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 센터 내 이산화탄소(CO2) 주입정. 이곳에서 지하 저장층으로 CO2를 주입한다. 최은경 기자

CO₂는 액체와 기체 중간인 초임계 상태로 지하 2㎞ 아래 고갈 가스전의 빈 공간이나 대염수층 물속에 갇히게 된다. 가스전에서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층이 코르크 마개 같은 역할을 한다. 호주 정부가 이곳을 CCS 입지로 정한 것은 1.5~2㎞ 깊이에 고갈 가스전과 대염수층이 모두 존재해서다. 센터가 들어선 땅은 주인이 따로 있다. 바라클로그 COO는 “집집마다 방문해 센터 설립을 설득했으며 땅 주인들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고, 매년 3월 초대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은 따로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2008년부터 이곳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용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호주 현장 자료를 이용해 비용을 낮추면서 신뢰도를 높인 관측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한다”며 “CO₂가 물에 잘 녹게 하는 첨가제를 개발 중인데 이를 활용한 공동 연구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 센터 내에서 소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최은경 기자

15일(현지시간)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 센터 내에서 소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최은경 기자

“CCS, 미래 에너지 사회와 가교 역할”

글로벌CCS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30개의 CCS 프로젝트가 상업 운영 중이며, 지난해까지 계획된 CCS 사업으로 처리된 CO₂ 용량은 2억44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호주 자원에너지관광부 장관을 지낸 마틴 퍼거슨 CO2CRC 회장은 “호주 정부는 CCS를 국가 핵심 기술로 주목한다”며 “해외에서 배출된 CO₂를 호주로 수입해 저장할 수 있는 법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찬 책임연구원은 “신재생 에너지에 기반을 둔 전기화와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전기화가 어려운 정유·제철·시멘트·항공·해운·육상 화물 등의 분야는 화석 연료에 상당 기간 의존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CCS 기술은 현재와 미래의 신재생 에너지·수소경제 사회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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