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십팔기 '절제된 힘'…유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천천히, 부드럽게 칼이 흐른다. 검객은 칼을 부드럽게 공그리더니 돌연 허공을 향해 쭉 뻗는다. 허심(虛心)한 듯 눈길은 칼끝이 가리키는 허공에 둔다. 이기어검(以氣御劍)의 경지인가. 검객은 손이 아니라 마음으로 검을 다루는 것 같다.

우슈의 태극검. 마치 한사위의 춤 같다. 그러나 명주실처럼 부드럽게 감아도는 검로(劍路)에는 치밀하게 절제된 힘이 숨어 있다. 나무가 걸리면 나무가, 바위가 걸리면 바위가, 그리고 마음이 걸리면 마음마저 절로 베어질 듯하다.

이번엔 도(刀)가 산을 쪼갠다. 연무관 바닥도 가를 기세다. 기합 소리도 요란하다. 절도와 힘이 온 동작에 넘쳐난다. 우슈의 남도(南刀)다.

여기에 일합 대결이 빠질 수 없다. 두 무인이 마주선다. 필살의 일격이 있기 때문에 손엔 글러브를 끼고, 머리엔 기어를 쓰고, 가슴엔 보호대를 댔다. 마치 격투기 선수 같다. 그러나 출수(出手)는 판이하다. 소림권(少林拳)의 정화인 나한권(羅漢拳), 영활한 발차기를 강조하는 육각권(戮脚拳), 동물의 공격자세가 담긴 형의권(形意拳)이 현란하게 전개된다.

태릉선수촌 옆 한국체육과학원에 있는 연무관. 제7회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선수들이 훈련해온 현장이다.

'우슈'는 분명 낯선 용어다. 그러나 쿵후(功夫)와 십팔기(十八技)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우슈는 이 모두의 집합체다. 권(拳).검(劍).도(刀).곤(棍).창(槍)을 망라한 모든 중국 무술을 한 데 삼킨 블랙홀이 우슈다. 우슈 경기는 중국의 무예를 크게 세 줄기로 정리했다. 중심은 권법이다. 창장(長江) 이북지역에서 발달한 장권(長拳), 창장 이남지역의 남권(南拳), 그리고 태극권이다.

권에는 검.도.창.곤이 따른다. 장권에는 장권과 별개 종목으로 도술.검술.창술.곤술이 따라온다. 남권에는 도와 곤만 있고, 태극권에는 검만 있다. 이들 종목을 모두 합치면 10개다. 남녀로 나누면 20개, 여기에 2인1조로 격투를 연기하는 두이다(對打) 종목의 남녀부문 2개를 더하면 22개다. 여기까지가 타오루(套路)다. 체조같은 표연(表演)종목이다.

일대일로 겨루는 경기는 산서우(散手) 혹은 산다(散打)라고 한다. 모두 11체급이 있다.

우슈의 최고수 국가는 어디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종주국 중국이다.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마다 늘 10~13개의 금메달을 담아간다. 한국의 수준은 3위권이다. 2001년 제6회 아르메니아 대회에서도 한국은 금5.은1.동3개로 중국(금12.은1), 베트남(금8.은6.동6)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진세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우슈 어떻게 채점하나

타오루의 만점은 10점(동작 6점.힘 2점.리듬과 속도 2점)이다. 심판 5명의 채점 결과 중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뺀 3개 점수의 평균값을 득점으로 한다. 타오루의 경기시간은 1분20초 이내(단 태극권은 5~6분, 태극검은 3~4분)다.

산서우는 다소 복잡하다. 우선 3점짜리가 있다. 상대를 공격해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거나 돌려차기 등 큰 기술로 몸통이나 얼굴을 가격해 상대를 넘어뜨리는 경우다. 경기 중 상대가 넘어지거나 발공격으로 상대의 몸통부위를 치면 2점을 얻는다. 손으로 몸통이나 얼굴을 치거나 다리로 머리.다리를 가격하면 1점이 주어진다. 라운드당 2분씩 3개 라운드를 갖고 2개 라운드를 앞서면 승리한다.

*** 바로잡습니다

11월 4일자 S3면 우슈(武術)기사 중 십팔기(十八技)는 조선시대에 체계화된 무술로서 우슈와는 무관하기에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