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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목영준 "10년 넘은 변호사, 국가서 혜택…사회 도와야" [박성우의 사이드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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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기업의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연탄 배달이나 김치 담그기 행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일회성 행사로도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다보니 생긴 수렴 현상일 수 있다. 목영준(68·사법연수원 10기) 김앤장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은 10년째 사회공헌 분야에 천착해왔다. 통상 명예직인 이런 류의 자리를 10년이나 맡은 사람도 드물다. 그는 헌법재판관을 지내고 대법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법조계의 거물이다.

처음엔 사회공헌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강산이 변한 지금, 웬만한 글로벌 기업과 로펌의 사회공헌 활동을 줄줄 꿰고 있고, 직접 아이디어를 내 성사시킨 프로젝트도 한 둘이 아니다. 그는 특히 10년 이상 된 변호사들은 사회공헌을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 수가 급증했지만, 그 전의 변호사들은 국가가 변호사 수를 제한해 혜택을 봤다는 것이다. 마냥 내가 잘 해서 부자가 된 게 아닌 만큼, 자기가 받은 걸 나눠야할 당위가 크다는 얘기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김앤장식 사회공헌의 ‘비밀’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10년이나 사회공헌위원장을 하셨어요.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가 2013년에 출범했지만, 김앤장은 그 전에도 공익 활동을 쭉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김앤장의 정책이 ‘기부하는 걸 바깥에 알리지 말자’는 거였어요. 그러던 걸 2013년에 위원회를 만들면서 좀더 체계적, 공식화된 겁니다. 저는 그때 헌법재판관 마치고 바로 변호사 활동을 할 수는 없으니까 위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10년을 할지는 상상도 못했어요(웃음).
이제 사회공헌 전문가가 되셨겠네요.  
2013년에 시작했을 땐 아무 것도 몰랐죠. 그래서 저와 저희 위원들이 글로벌 기업과 로펌들이 어떻게 사회공헌을 하는지 공부를 했고, 두 가지 원칙을 갖게 됐어요. 하나는 ‘수요자 입장에서 한다’. 공급자가 ‘이런 기부나 봉사를 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에 따르면 안됩니다. 받는 사람이 원하는 걸 해야 합니다. 봉사 대신 꼭 필요한 물품이 있다거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걸 해줘야 됩니다.
둘째는 ‘100을 투입해서 1000을 얻어야 한다’. 최근에 저희가 ‘나눔 걷기 챌린지’라는 걸 했어요. 김앤장 구성원들이 10만 걸음 이상 걸으면 기금이 적립되고, 김앤장에서 거기에 ‘매칭 펀드’를 대서 기부하는 구조인데요. 저희가 걸을 때 입은 티셔츠를 김앤장의 장애인 자회사에서 장애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했어요. 걷기 챌린지를 하면서 장애인 복지도 향상한 거죠. 또 이번 챌린지로 지원한 단체의 청소년들이 다시 노인 요양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이런 방식으로, 들인 노력에 비해 효과가 배가 됐고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진 거예요.  
변호사들이 바쁜데 그렇게 자발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나요.
테레사 수녀처럼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봉사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강요할 순 없죠. 또 그렇게 하는 건 지속 가능성도 없다고 봐요.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이 변호사가 자기 생활을 영위하는 데 타격을 줄 만한 일도 아니고,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변호사 자신의 삶에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줍니다. ‘K&C(김앤장) 프렌즈’라는 사내 봉사 모임이 있는데, 2주에 한 번 토요일을 희생해야 하는데도 수백명씩 참여합니다. 한 번 한 사람은 계속 해요. 봉사도 습관입니다.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 김현동 기자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 김현동 기자

김앤장은 돈 많이 벌고 부자 편만 든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사회공헌위 활동이 그런 이미지를 좀 희석했다고 보시나요.
김앤장이 주로 글로벌 대기업 자문을 하니까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고, 그걸 ‘우리 그렇지 않아요’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봐요. 다만 사회공헌위원회가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건 아닌데 저희의 활동이 그런 시각을 완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말 감사하죠. 그것과 관계없이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목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로펌의 사회적 책임은 여느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특히 무겁다고 말했다.

제가 1977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그때 우리나라 변호사 수가 1000명이 안됐어요. 꽤 크다는 대전 지역에 변호사가 10명, 이랬어요. 그러니까 변호사 개인이 잘한 것도 있지만 국가가 변호사 숫자를 통제했기 때문에 돈 많이 번 거란 말이에요. 지금 로스쿨 나온 젊은 변호사들은 국가가 숫자를 확 푸는 바람에 고생하지만, 최소한 10년 이전의 세대까지는 혜택을 받은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의사나 회계사 같은 직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지 ‘나의 능력만으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거죠.
로펌의 사회공헌=‘무료 변론’으로 이해되곤 하는데, 김앤장은 그런 활동은 별로 안하는 것 같아요.
공익 소송은 하는 데가 많아요. 대한법률구조공단도 있고, 제가 이사장으로 일했던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도 있고, 법원에 국선 변호인도 있고, 그걸 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이 있죠. 김앤장의 사회공헌은 남들이 안하거나 못하는 걸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4년에 배드민턴 이용대·김기정 선수가 도핑 테스트 문제가 있었을 때 국제 스포츠 중재기관에 김앤장이 무료로 변론해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었고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옛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작업에도 법률자문을 했습니다. 이런 건 개인 변호사가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선뜻 나서기 어렵죠.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 김현동 기자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 김현동 기자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이 또 어떤 게 있나요.
예전에 ‘지정기부금 단체’라고 하던 것, 지금은 공익법인이라고 하는데요. 공익법인으로 인가를 받아야 세금 혜택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걸 저희가 무료로 해줍니다. ‘미등록 아동’이라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부모가 동남아 국가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를 하다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는 동남아에 가 본 적도 없고, 완전히 한국 사람으로 살고 있는데 주민번호도 없고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이들을 돕는 단체를 공익법인으로 등록하는 일도 대리해 줍니다. .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사회공헌 활동은 늘 기쁘고 보람 있어서 하나를 꼽기 쉽지 않지만, 제가 만든 프로그램 중에 ‘독서 멘토링’이라는 게 있습니다. 김앤장 변호사와 넉넉하지 않은 환경의 중학생을 멘토-멘티로 엮어주는 프로그램인데요.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변호사와 중학생이 만나면 할 말이 없어요. 그래서 책을 한 권 정해서 각자 읽고 와서 책 내용에 대해서 말하는 거예요. 이걸 10년을 하다보니 그 중학생들이 훌륭하게 컸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된 친구도 있고, 그런 친구들이 저희가 ‘아름다운 가게’ 행사할 때 나와서 다시 봉사합니다.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하자는 저희 원칙이 달성돼서 정말 뿌듯합니다.

※사이드바(sidebar)는 미국 법정에서 판사가 재판 진행에 대해 할 말이 있을 때, 또는 검사나 변호인이 배심원들을 피해 판사에게 직접 얘기하고 싶을 때, 법대 앞에 모여 논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문업계 용어로는 메인 기사 옆에 붙는 ‘해설 박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화제의 법조인들을 열심히 만나고, 열심히 해설하겠습니다. 2주 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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