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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필·베를린필·RCO…올가을 서울, 오케스트라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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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를린 공연 장면. 올 11월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중앙포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를린 공연 장면. 올 11월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중앙포토]

서울 예술의전당의 올 11월 달력은 빼곡하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음악당의 모든 홀이 공연으로 꽉 차 있다. 무엇보다 내한하는 해외 오케스트라의 명단이 유례없이 묵직하다. 게다가 릴레이다. 11월 7~8일 빈 필하모닉, 11~12일 베를린 필하모닉, 15~16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여기에 잠실의 롯데콘서트홀까지 보면 거대한 오케스트라 축제가 서울에서 열리는 듯하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11월 6일 빈 필하모닉, 11~12일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공연한다.

어지러운 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11월 2주 동안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명문 악단 네 곳이 서울에서 9번 공연한다는 뜻이다. 빈·베를린·라이프치히·암스테르담의 오케스트라다. 게다가 우열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베를린필과 RCO는 이틀 동시에 서울 무대에 오른다.

매년 한국 공연을 예고한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진 마스트미디어]

매년 한국 공연을 예고한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진 마스트미디어]

10월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올가을 서울은 오케스트라 빅뱅이라도 일어나려는 듯하다. 10월 7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3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24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8일 홍콩 필하모닉(이상 예술의전당), 30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롯데콘서트홀)가 온다. 또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1월 26·30일(예술의전당), 29일(세종문화회관), 12월 1일(롯데콘서트홀) 공연한다. 두 달 동안 10여 개 해외 악단이 서울에서 공연했던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케스트라 빅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주최사들은 “코로나19 시기에 미뤄졌던 공연들이 한꺼번에 몰렸다”며 “이 정도일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오케스트라들은 주로 홀수 해에 아시아 투어를 한다. 베를린필과 RCO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첫 홀수 해인 올해 내한이 몰리게 된 배경이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안드리스 넬손스는 11월 서울에서 연주한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안드리스 넬손스는 11월 서울에서 연주한다. [사진 마스트미디어]

공연을 여는 입장에서 달갑지만은 않은 일정이다. 한 관계자는 “미리 조정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오케스트라들의 투어 일정에 맞춰야 하므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미세한 조정은 있었다. RCO와 베를린필은 피아니스트가 협연하는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RCO와 11일 리스트 협주곡 2번을, 조성진은 12일 베를린필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연주한다.

이 공연들이 관객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7만~38만원, RCO는 10만~45만원으로 값이 정해졌다. 베를린필의 경우엔 최고 가격이 5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가의 티켓에도 수요는 있다. 홍형진 음악 칼럼니스트는 “서울의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반영하듯 이런 플래그십 성격의 공연을 적극 소비하는 사람도 늘어났다”면서 “애호가들은 이런 플래그십 유형과 가성비 유형, 즉 오케스트라 공연은 국내 악단 중심으로 즐기며 내한 공연은 실내악과 독주를 주로 찾는 쪽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또 WCN 측은 “빈필의 경우 상임 지휘자가 없어 내한하는 지휘자가 늘 바뀌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음악 마니아들은 매년 궁금해하고 공연을 보고 싶어한다”며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한 수요를 설명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일정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일정

하지만 고가의 티켓을 전부 판매하더라도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 공연 기획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 물류비용이 오르고, 환율까지 치솟아 제작비가 비싸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대형 오케스트라의 경우 티켓을 전부 판매해도 제작비의 50% 수준이다. 40% 이상을 기업의 협찬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을 오케스트라의 후원·협찬 회사로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등이 나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 등 스타를 앞세운 공연은 대형 공연의 격돌 중에도 관심이 뜨겁다. 조성진은 베를린필(11월 12일)·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15일)와, 임윤찬은 뮌헨필(11월 26·29일, 12월 1일)과 협연한다.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 하는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의 첫 내한도 관심사다. 22세에 오슬로의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고 RCO의 차기 수석으로 지명된 신성이다. 베를린필에 2019년 취임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도 베를린필과 첫 내한이다. 명성 높은 합주력을 보여줄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안드리스 넬손스는 16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하고, 정명훈과 뮌헨필은 베토벤의 작품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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