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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임플란트' 건보 2개→4개로?…"정책 아닌 정치 이슈될 것"

중앙일보

입력

임플란트 수술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치의학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는 65세 이상에 2개까지 보험 혜택(본인부담률 30%)을 주는데 4개까지로 늘리자는 것이다. 정부는 건보 재정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적 합리성을 따지기보단 정치적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 등이 주최한 ‘노년기 임플란트 보험적용 확대방안 토론회’에서 발표자 김지환 연세치대 보철과학교실 교수는 7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 잔존 치아가 약 16개(정확히는 16.4개, 2020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라며 임플란트 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6개로는 제대로 된 저작(음식 씹기)이 불가능하다”라며 “최소 20개 이상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인구 중 20개 이상 자연 치아 보유율은 48%에 불과하다.

한 서울 대학병원 관계자가 치아 모형을 가지고 임플란트 식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서울 대학병원 관계자가 치아 모형을 가지고 임플란트 식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지환 교수는 “잔존 치아가 기대 수명에 영향을 주고 잔존 치아가 1개 증가할 때 5년 생존율이 4%씩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치아가 빠지면 폐렴 발생률을 높인다. 저작 기능은 결국 뇌활성과도 관련돼 치매 인지기능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작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임플란트를 4개뿐 아니라 8개까지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무치악(치아가 완전히 없는 상태) 환자도 임플란트 식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플란트 수술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처음 건보를 적용했다. 만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본인부담률 50%로 시작했다가 2015년 만 70세 이상, 2016년 만 65세 이상으로 연령을 확대해왔다. 이어 2018년에는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본인부담률을 30%까지 낮췄다. 임플란트 수술은 1~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진단 및 치료계획)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에는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6.7%가 이용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노년층의 씹는 기능을 유지하려면 최소 좌우 1쌍, 4개 이상의 임플란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른 나이에 상실 치아를 회복하면 다른 치아 손실까지 예방하는 등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란 게 치과계 주장이다. 박태근 치과의사협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임플란트를 2개 확대하는데 연 6000억 정도 예산이 필요할 거로 추정한다”라며 “6000억 투자로 10, 20년 뒤 건강 수준이 향상되면 의료비 부담률이 낮아질 것이다. 국가, 국민에 도움되고 의사 소득에도 도움된다.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보험 확대도 필요하지만 예방적 치과 치료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연 치아를 잘 유지, 보존하기 위한 치료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서 “임플란트 보험 적용 개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플란트까지 가지 않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연구,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열린 임플란트 보험 확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원실 제공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열린 임플란트 보험 확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원실 제공

정부는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되는 만큼 우선순위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치협 측 추산과 달리, 보건복지부는 임플란트 보험 혜택을 2개서 4개로 늘리면 연간 1조원의 재정이 더 들 것으로 본다. 정성훈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토론회에서 “개수를 확대하자는 요구도 있지만 연령 확대, 본임부담률 인하, 무치악 대상자 등으로 확대 등 여러 요구가 있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플란트 혜택 확대는 노인층 표심 공략을 위해 정치권에서도 줄곧 관심을 갖고 온 사안이다. 지난 대선 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들고 나오면서 확대 논의가 불붙은 적 있다. 이날 조명희 의원은 “쓸데없는 예산을 줄여서 국민건강을 위해 모든 걸 노력하는 여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양당 대표가 임플란트(급여화)를 2개에서 4개로 해주겠다고 대한노인회 회장과 협정을 맺었다”라며 “이번 국회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임플란트 보험 확대는 결국 정책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이슈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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