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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리먼 사태’ 터지나…중룽신탁, 64조원 지급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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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 국유기업 중룽(中融)신탁이 투자 실패로 3500억 위안(약 64조원)대의 지급 중단 상태에 빠졌다고 대만 연합보와 홍콩 명보가 14일 보도했다. 중룽신탁에 300만 위안(약 5억5000만원) 이상 투자한 투자자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악화할 경우 1998년 광둥국제신탁 파산 이래 최대 금융 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즈계’는 산하에 금융·에너지 기업 등을 거느린 기업 집단으로 헤이룽장 출신 기업가가 1995년 창업한 뒤 국영 금융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급성장했다. 중즈계 금융 기업으로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 난두우예, 셴헝궈지는 지난 11일 증시 폐장 후 공시를 통해 핵심 계열사인 중룽신탁의 지불 유예 소식을 공개했다.

진보구펀은 중룽신탁 상품에 투자한 6000만 위안(약 110억원)을 기한 내 회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난두우예는 3000만 위안(약 55억원)의 신탁을 기한을 넘겨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셴헝궈지는 투자 원금 257만 위안(약 4억7000만원)과 수익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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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셜미디어에 퍼진 중룽신탁의 지불유예 금액은 공시액을 크게 넘어선다. 명보는 지불유예 액수가 “최소 3500억 위안에서 최대 6000억 위안(약 11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지급유예 사태는 주요 주주사인 중즈기업 집단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했으며 중즈계가 관리하는 총 자산 규모는 약 1조 위안(183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신탁회사는 누적된 부동산 위기로 막대한 자금 압박을 받아왔다. 부동산 기업들은 최근 수 년간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 기조에 따라 은행 대출이 막히자 중융신탁 등 ‘중즈계’ 신탁회사에서 자금을 충원했다.

중즈계 위기로 중국판 금융위기 경고도 제기된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업계 선두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을 강타한 데 이어 금융계로 번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촉발했던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일컫는 ‘리먼 사태’가 중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자룽(吳嘉隆) 대만 경제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금융기관이 부동산 상품에 투자해 융자를 제공한 결과 모두가 부동산 위기의 타격을 입는 구조”라며 “충격이 금융회사 고객에게 확산하면서 도미노 효과를 발생하고 있다. 중국판 ‘리먼 모멘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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