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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DNA’ 양육법으로 자폐 치료? ‘제2 안아키’ 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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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위)와 사설연구소장 김모씨가 2021년 특허 등록을 한 자폐 치료 지침. [사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특허공보]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위)와 사설연구소장 김모씨가 2021년 특허 등록을 한 자폐 치료 지침. [사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특허공보]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며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보낸 교육부 공무원의 갑질 의혹과 관련, 근거 없는 발달장애 치료법이 확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혹을 받는 교육부 사무관 A씨가 편지 내용을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해명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오히려 아이의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2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교육부 사무관 A씨는 지난 13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경계성(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왕의 DNA’ 표현에 대해선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준 자료”라고 해명했다. A씨가 교사에게 전달한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해 달라” “극우뇌 아이들은 인사하기 싫어하니 인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등의 아홉 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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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DNA’는 실제로 한 민간연구소의 치료법에 등장하는 용어다. 이 연구소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을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곳의 연구소장 김모씨는 온라인 카페에 올린 글에서 “극우뇌 아이를 우리 솔루션대로 양육하면 ADHD, 틱 등은 바로 사라진다”고 홍보하고 있다. 등록 비용은 2019년 기준 ADHD·틱은 170만~200만원, 지적장애는 200만~250만원 수준이다.

김씨가 2021년에 낸 2건의 특허 등록공보에도 “지적·지체·언어장애는 6~8개월 이내에, 자폐증상은 5~7개월 이내에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보호자 행동지침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잘못을 모른 척 편들어주기” “지시 및 명령투로 말하지 않기” “고개 푹 숙이는 인사를 강요하지 않기” 등 A씨의 편지에 담긴 사항과 매우 유사하다.

정신건강의학계는 이런 양육방법이 의학적 근거가 없는 위험한 접근법이라고 본다. A씨의 자녀가 앓고 있다는 경계선 지능 장애는 물론 ADHD, 자폐 등 각기 다른 종류의 발달장애에 동일한 양육법을 적용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발달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라며 “진단에 따라 결정적인 치료 시기 및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놓치게 되면 그 이후 발달에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치료 측면에서도 아이의 행동을 부모가 온전히 수용하는 방식은 적절한 치료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라는 것은 ADHD 아이들에게 통용되는 부모 양육법이기는 하지만 아동의 잘못된 행동까지 모두 용납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며 “오히려 원칙을 지시할 때는 최대한 분명하게 하라는 것이 ADHD 아동 양육에서 강조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지적에 대해 민간연구소장 김씨는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를 찾아오는 부모들은 병원 여러 군데를 돌다가 오는 이들”이라며 “치료가 안 된 아이들이 내가 개발한 솔루션으로는 빠르게 변화한다. 2009년 연구소 개소 이후 지금까지 치료한 아이가 300명 정도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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