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딸이 흉기로 자해했는데…"병원 갈 일 아냐" 욕한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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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인천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흉기로 자해하는 10대 딸을 보고도 방치한 40대 아버지가 아동방임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A(49)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4월경 인천시 중구 아파트에서 흉기로 자해한 딸 B(15)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딸이 "나 자해했다"며 양팔에 난 많은 상처를 보여줬는데도 오히려 "내가 너한테 그렇게 큰 잘못을 했느냐"며 욕설을 했다.

당시 B양은 아버지와 갈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8년 자택에서 손으로 딸의 얼굴을 세게 밀치거나 욕설을 하면서 두루마리 휴지로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재판에서 "자해 상처를 봤지만,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고, 욕설을 하거나 때린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B양의 진술이 모순되지 않고 신빙성도 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머리가 뒤로 날아갈 정도로 피고인이 얼굴을 세게 밀었고 두루마리 휴지로 때린 강도도 셌다고 진술했다"며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생생해 학대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자해 상처를 보여줬는데도 피고인은 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며 "보호자로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딸을 방치해 아동복지법상 방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신체·언어적 폭력을 써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이혼 후 세 자녀를 혼자 힘들게 양육하면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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