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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죽은 거 맞냐"…문자 답 없자, 장례식장 확인하러 간 학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2명 중 고(故) 이영승 교사는 사망 전날까지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부모는 이 교사가 답장이 없자 장례식장에 찾아와 유족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작고하셨다” 말했지만…장례식장 찾아 유족과 실랑이

지난 2021년 12월 초임 교사 이영승 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한 학부모가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고 유족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 캡처

지난 2021년 12월 초임 교사 이영승 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한 학부모가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고 유족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 캡처

14일 MBC에 따르면 이 교사는 지난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까지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다. 이날 이 교사에게 연락한 건 장기 결석을 해온 학생의 학부모 A씨로, 이 교사가 생전 A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4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 사망 직전 휴대전화에는 A씨의 부재중 전화 2통이 찍혀 있었다. 이 교사의 답장이 없자 곧이어 A씨는 ‘오늘 감기로 조퇴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미 이영승 교사는 숨진 뒤였다.

다음날까지 답이 없자 A씨는 곧장 교무실로 와서 이 교사를 찾았다고 한다. 동료 교사는 “굉장히 난폭하셨다.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리니 안 믿으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A씨는 직접 확인하러 장례식장을 찾아갔지만 조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 측이 MBC에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은 A씨에게 “여기 서 있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는데 들어오시라”고 권하자 “아니다. 인사하러 온 것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유족이 방명록 작성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고 유족이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인가”라고 화내자 “아니, 저한테 화내시는 (거냐). 저 아시냐”고 답했다.

이에 유족이 “저 어머니 모른다. 어머니 성함 얘기 안 해 주시지 않았냐, 누구 학부모인지도 얘기 안 해주지 않았냐”고 말하자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손 다친 학생 부모, 5년간 치료비 요구

 고 (故)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이 교사는 2016년 첫 부임한 뒤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202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MBC 캡처

고 (故)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이 교사는 2016년 첫 부임한 뒤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2021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MBC 캡처

이영승 교사가 숨지기 전날에는 따돌림을 당하는 또 다른 학생의 학부모 B씨로부터의 민원도 있었다.

B씨는 이 교사에게 아이를 따돌린 학생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이 교사가 이를 거절하자 화를 내며 항의했다고 한다.

이 무렵 이영승 교사는 5년 전 담임을 맡았던 학생의 학부모 C씨의 민원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2016년 수업 도중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학생이 손을 다치자 학부모 C씨는 성형 수술을 해야 한다며 이 교사에게 보상을 요구했다.

수업 도중 발생한 사고라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이 지급됐지만 C씨는 이듬해 이 교사가 휴직 후 군 복무를 하는 중에도 연락을 지속했고, 2차 수술 등을 이유로 수술비 요구는 2021년까지도 계속됐다.

이씨의 동료 교사는 “2020년이었는지 2021년이었는지, 폭음하는 사람이 아닌데 엄청나게 폭음을 했다”며 “‘지금 또 학부모가 연락을 한다. 제가 그분하고 합의 안 할 거예요’ 라고 말했다”고 MBC에 전했다.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2021년 12월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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