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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잼버리 감사, 나랏돈 1171억 어디에 썼는지부터 시작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폐막하자마자 여야 낯 뜨거운 ‘네 탓’ 공방 돌입

전·현 정권 가릴 것 없이 진실·책임 철저 규명을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얼룩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폐막한 지 하루 만에 여야 정치권이 ‘네 탓’을 외치며 정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의 ‘3무’ 국정이 드러난 상징적 사건”이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총리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반면에 국민의힘 유상범 대변인은 “2017년 잼버리 유치를 확정한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파행이란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꼴불견이다. 사태의 책임은 잼버리를 유치한 전 정부와 개최한 현 정부, 예산을 집행한 전북도 모두에 있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상대방만 손가락질하는 건 제 얼굴 침 뱉기다. 국민은 이런 정쟁성 논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6년 넘는 준비 기간에다 10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국제행사가 참극으로 막을 내린 데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만이 관심사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예산 용처부터 조사해야 한다. 총사업비 1171억원 중 핵심인 야영장 조성비엔 단 11%(129억원)만 편성됐다. 이로 인해 배수시설 미비로 진흙탕이 된 갯벌에 설치된 야영장은 허술한 천막 샤워장, 부족하고 더러운 화장실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폭염 속 사흘 만에 온열 환자가 1000명에 달했지만, 초기엔 다수가 방치되다시피 했다. 의약품 예산(3600만원)이 1인당 1000원도 안 됐으니 당연한 결과다. 급기야 미국·영국이 철수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잼버리 개영 이후 뒷수습에만 310억원을 써야 했다. 죄다 세금이다.

반면에 예산의 74%에 달하는 869억원은 조직위 운영비에 들어갔다. 이 돈을 갖고 전북도(55회)·부안군(22회) 등 공무원들이 간 해외 출장이 99회나 된다. 2018년 5월 전북 공무원들은  ‘잼버리 성공 사례 조사’ 명분으로 잼버리 개최 경험도 없는 스위스·이탈리아에 6박8일 출장을 갔다. 부안군 공무원들도 2019년 상하이에 최장 6박7일간 크루즈 여행을 간 사실이 드러났다. 잼버리를 돈줄 삼아 외유성 출장을 즐기고, 정작 기간시설인 야영장은 헐값에 날림이었으니 사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480억원을 들이고도 내년에야 완공된다는 잼버리 메인센터 건물 등 관련 공사 용역의 ‘토착 이권 카르텔’과 최대 69.1%에 달했다는 각종 수의계약의 비리 의혹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

이번 사태는 ‘G8’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사고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의 후속 수사를 통해 전·현 정권 가릴 것 없이 책임자들을 명확히 가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