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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글로벌 광폭 행보 1년…삼성의 새 먹거리 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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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15일로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1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글로벌 행보를 가속하고, 투자를 늘리며 삼성의 신수종(新樹種)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 방문 후 지난 10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프랑스 방문에 이어 두 달도 안 돼 다시 유럽을 찾은 것이다. 이 회장은 독일 사업장을 점검하고 파트너사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복권 후 1년간 15개국 이상 방문하는 등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형기 종료 후에도 5년간 취업제한규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지만, 복권되며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성화됐다.

특히 지난 5월 이 회장은 미국 동·서부를 오가며 해외 네트워크를 다졌다. 이 회장은 호아킨 두아오 J&J(존슨앤드존슨)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 등 그가 ‘제2의 반도체’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글로벌 제약사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도 만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하는 경제사절단으로 일본·미국·스위스 등을 방문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해외 출장 일정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경영 활동 재개 이후 그는 웃지 못할 성적표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분기 연구개발비에 7조2000억원, 시설설비에는 14조50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는 앞으로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한다. 바이오 분야에는 1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엔 이재용 회장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실적 부진은 과거 호황기에 제대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라며 “부진할수록 미래에 대비해 투자해야 호황기가 왔을 때 선두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손잡는 등 전장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속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 발굴을 위한 미래기술사무국도 신설했다. 최근에는 이 회장이 직접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을 지시했다.

이 회장은 복권 당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사회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어려움을 겪자 삼성은 반도체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의료지원단을 지원했다. 타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는 상황에서 기존보다 20% 이상 추가 고용하는 등 일자리 확보에도 나섰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는 여전한 숙제다. 지난해 복권과 별개로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기소돼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1주~1달 간격으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장기간 출장을 잡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 미등기 임원 상태인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에도 재판은 걸림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재판은 빠르면 올해 말 1심 선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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