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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살아파트' 의외의 파장..."서울·수도권 집값 회복 가속화" 왜

중앙일보

입력

부동산 전문가들 주택시장 전망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면 부동산 시장의 회복 속도는 빨라질까. 부동산 시장에선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여겨지는 여름철이 지나가면, 상승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발표한 7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102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100을 초과한다는 것은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하락의 경우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집값 상승론’이 ‘하락론’을 앞지른 셈이다.

거래도 꿈틀거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848건이다. 지난해 11월(728건) 1000건이 채 안 되던 월 거래량이 4000건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5년 평균 월 거래량인 5000∼6000건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경제 상황도 어둡다. 국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한 ‘불황형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집값의 거품이 덜 빠졌다는 인식도 상당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주택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 8인에게 향후 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에 대해 물었다.

미분양 쌓인 지방은 대체로 암울한 전망

9일 중앙SUNDAY가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 8명 중 7명은 추석 이후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상반기 시작된 회복 시그널이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하반기 서울·수도권 집값 향방을 묻는 질문에 전문가 8명 중 5명은 ‘상승’ 또는 ‘강보합’을 꼽았다. ‘일시적 반등’과 ‘통계적 상승’ 전망까지 포함하면 전문가 8명 중 7명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회복 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전문가들 주택시장 전망

부동산 전문가들 주택시장 전망

반면 전문가 1명은 여전히 부족한 거래량과 늘어나고 있는 매물 등을 고려해 올가을 이후 집값의 하락을 예상했다. 하반기 반등 전망을 내놓은 다른 전문가 1명도 이와 같은 이유로 내년 ‘2차 하락’이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상승을 예측한 전문가 8인 중 5인은 “집값의 추가 하락을 무작정 기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지난해 집값 급락을 불러온 금리가 안정되고 있으며, 규제 완화와 공급 부족 현상이 서울 도심의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올 들어 강남과 용산을 제외한 서울 대부분 지역이 비규제지역이 되고 양도세 중과가 완화되면서 다주택자 입장에서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요인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3년 5월까지 예정됐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1년 더 연장했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도 완화했다. 규제지역도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곤 모두 해제했다. 금리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현재 2%포인트로 벌어졌지만, 국내 가계부채 등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적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 서울·수도권의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시장을 강타할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주택 착공건수는 9만249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0.9%, 아파트 분양(승인기준)은 6만6447호로 전년 동기 대비 43.0% 줄었다. 게다가 최근 ‘순살아파트’ 사태로 주택 공급이 더 위축되면서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올 들어 서울 집값이 상당한 회복이 이뤄지면서 하반기는 주춤할 수 있으나, 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얘기가 뉴스를 도배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심리가 시장을 크게 뒤흔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완만한 흐름의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아파트 시장의 전 고점인 2021년 하반기 ‘과열’ 혹은 ‘폭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평균 10억7147만원으로 전고점(12억2566만원)의 87.4%까지 회복했다. 구별로는 용산구가 전고점의 94%까지 올라 시세 회복이 가장 빨랐고, 강남·중구(93%), 서초·종로구(90%), 영등포구(88%) 등이 전고점 대비 가격 회복률이 서울 평균(87%)보다 높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 지역인 강남, 서초, 용산, 송파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되고 주택 매매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자산가들이 5년 후 등 중장기적 집값의 상승에 무게를 두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핵심지를 중심으로 완만한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수도권은 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서울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강보합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봤다.

이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핵심 키워드로 청약·경매·급매를 꼽았다. 김제경 소장은 “인구 및 지방 소멸이 이뤄질수록 인프라가 집중된 도심과 신축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이므로, 신규 분양 및 미래 새 아파트로 바뀔 도심의 재건축, 재개발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7월 넷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송파(0.27%) △강남(0.18%) △강동(0.17%) △양천(0.12%) △서초(0.07%) 등으로 재건축 호재가 있는 데다 인기 단지들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형국이다. 청약 시장은 이미 과열 양상이다. 7월 서울은 청약 경쟁률은 101.1대1에 달했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 신규 분양시장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대상”이라며 “초기에는 계약금만 내면 되고, 집값의 60% 등 잔금을 치를 시기에는 지금보다 집값이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등 봐가며 매수 타이밍 잡아야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역 내 주택 공급량 등을 감안하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은 연내 급매물, 분양, 경매 등 가격 만족도를 느낄 수 있는 상품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의 적절성보다는 종잣돈 규모와 부채 상환 능력 등을 살펴서 주택 매수에 나서라는 조언이다. 단기 차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부담이 커서 투자 수요보다는 무주택자 위주의 실수요 차원 주택 구입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8명의 전문가 중 유일하게 연내 ‘하락’ 의견을 내놓은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주택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언제 사느냐”가 중요하다며 집값 바닥 시그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상당 수준 집값 회복에 따라 매수세는 잦아들고, 다시 매물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반등 신호로 눈여겨보는 시그널은 ‘6개월 이상 지속적인 거래량 증가’다. 그는 최근 서울 주택 거래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월평균 거래량이 5000건에 한참 밑돌 정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이어 “만일 주택 매매 가격이 30% 떨어졌는데도 거래량이 크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는 집값이 더 빠질 수 있다는 신호이며, 반대로 집값이 20% 빠졌는데 거래량이 회복되면 이는 다시 상승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불안한 일시적 상승을 꼽은 의견도 있다. 실질적 하락 의견과 마찬가지로, 연내 신규 매수 등 섣부른 시장 진입을 경고하는 시각이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서울은 짧게는 올 11월까지, 길면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세가 이어지겠지만, 이후 다시 2차 하락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찐(진짜) 반등’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22%나 급락했던 영향으로,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오며 시장이 일시적 반등한 것일 뿐, 현재 대세 하락장의 초입 국면에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량 회복 수준 등과 더불어 인기 지역에서 매물이 쌓이고 있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 최근 1달간 서울 강남구의 매물은 1만6378건에서 1만8398건으로 12.3% 증가했다. 서초구(2.6%), 송파구(0.7%) 등도 매물이 늘어났다. 올 들어 집값 회복과 거래를 주도한 강남권의 매물이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이라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거래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현 시장은 그와 반대로 주의가 필요하다”며 “목돈을 모으면서 대기하다 하락기가 마무리되는 2025년 이후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 집값의 회복에 대해선 대체로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고준석 대표는 “세종처럼 확실한 일자리가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있어 회복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중 교수는 “대전, 울산, 부산 등 수요가 많은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지방 집값은 보합세 내지 하락폭이 줄어드는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407채로 지난해 말(6226채)과 비교하면 반년 새 20% 가까이 늘어났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연내 매입이 추천되는 서울과 달리, 지방은 2024년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공급 적체 해소 시점을 지켜보며 주택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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