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에서 "정치인은 상대가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 대표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직접 신문하면서 "정치인은 제일 곤란한 경우가 '저 아시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하는 사람은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저는 2006년 선거부터 성남 전역에 기회 될 때마다 나가 명함을 거의 70만∼80만장 돌렸다"며 "누군가 제 명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하고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또 "너무 많이 접촉하니까 상대는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제일 곤란한 경우가 '저 아시죠'다"라며 "행사에서 보거나 밥을 같이 먹었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안 나 안면인식장애라고 비난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1처장이 자신을 안다고 생전에 말했을 수는 있어도, 자신이 김 전 처장을 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처장은 생전에 2009년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와 한 세미나에서 만났고, 2015년 1월에는 함께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다. 검찰은 이 점을 들어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김 전 부원장은 '자필확인서' 작성 사실을 밝히며 "성남시장 때는 김문기를 알지 못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적극 옹호했다. 확인서는 '본인은 2018∼2019년 경기도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님께 김문기 팀장의 연락처를 알려드린 바 이를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이 대표가 기소된 다음 달인 지난해 10월 이 대표 측에게 전달됐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로 기소된 후 도지사 집무실에서 '대장동 실무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 번호를 알려준 것"이라며 "대표님이 먼저 김문기 팀장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느냐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최소한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까지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해 연락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