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11일 오전 6시 북한 평양 남동쪽 8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했다고 기상청이 밝혔다. 지난달 28일 괌 서쪽 730㎞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뒤 15일 만에 열대저압부로 돌아갔다. 카눈은 1951년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의 남북을 종단한 이례적인 태풍으로 기록됐다. 태풍 카눈은 지난 10일 오전 9시 20분쯤 거제 부근으로 상륙한 뒤 경남, 대구, 청주, 서울 부근을 통과하며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부산은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강풍으로 시설물 파손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이 근접했던 지난 10일 오전 가덕도를 관측 지점으로 삼는 강서구의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34.9m를 기록했으며, 남구 초속 33.2m, 사하구 초속 30.5m 바람이 불었다.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강풍으로 창문이 밖으로 떨어지려 해 소방당국이 안전조치를 했다. 송도해수욕장 인근 상가 건물에서는 유리창 일부가 파손됐다. 중구의 한 도로에서는 대형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고, 부산진구에서도 가로수가 넘어져 3~4개 차선의 차량 통행이 한때 중단됐다.
경북 군위군에서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20분부터 남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119상황실에 20여건의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1시에는 효령면 내리리에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는, 5분 뒤인 오후 1시 5분께 효령면 병수리에서 할머니가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군위군은 하천 범람을 우려해 중구1·2동 주민에게 긴급 대피 방송을 했다. 주민 약 200명은 효령초·중·고로 대피했다.
300㎜ 안팎의 많은 비가 쏟아진 강원 동해안에서도 하천 범람과 침수로 인해 강릉시, 양양군 등이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했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서는 집중호우로 주택 한 채가 무너졌다. 사고 당시 주택에는 거주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남 여수시 주삼동의 한 건설현장에서는 강풍의 영향으로 철근이 엿가락처럼 휘어 이번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울산 남구 가구거리의 한 가구점에선 지붕이 강풍에 떨어져 지상에 주차돼 있던 차들이 파손됐다.
지난 10일 태풍으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가지 2개가 부러지기도 했다. 보은군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께 정이품송의 북쪽(법주사쪽) 방향 가지 2개가 부러져 밑으로 축 늘어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공무원들이 발견했다. 꺾인 가지는 정이품송 중간 높이의 지름 15∼20㎝ 가량 되는 가지들이다.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서는 천연기념물 '구미 독동리 반송(盤松)'의 일부가 쓰러졌다.
서울시는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 지난 10일 오전 청계천, 중랑천, 우이천, 안양천 등 27개 하천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북악산과 인왕산, 도봉산, 우면산 등 시내 18곳의 등산로도 출입 통제했다. 서울시는 태풍에 대비해 전날 오후 9시부터 보강근무에 들어갔고 이날 오전 7시부터는 비상 1단계 근무로 상향하며 혹시 모를 비상상황을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