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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기소 3년8개월만에 딸 조민 기소…"날 남영동에 끌고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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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일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부장 김민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를 입시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9년 8월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4년여 만이다. 공범 관계로 얽혀있는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2019년 9월)와 아버지인 조 전 장관(같은 해 12월) 기소시점으로부터도 각각 3년 11개월과 3년 8개월이 흘렀다.

검찰 “조민, 입시비리 주도적 역할 분담”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오른쪽)가 지난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오른쪽)가 지난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날 조민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허위공문서행사·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2014년 6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면서 허위로 작성한 입학원서·자기소개서와 위조된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제출해 평가위원들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13년 6월 서울대 의전원에 지원하면서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의 인턴십 확인서 등 위조 증빙서류를 제출한 혐의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조민씨는 허위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대 의전원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부산대 의전원에 최종 합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조민씨의 기소 이유를 설명하면서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판결의) 사실관계에 따르면 조민씨의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고,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나눠서 한 걸로 보인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현재도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범(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이 일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조민과 관련해서도) 검찰에서 종료하지 않고 법원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받아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경심 기소부터 3년11개월 걸린 기소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조민씨의 혐의는 대부분 정 전 교수, 조 전 장관의 범죄사실과 겹친다. 정 전 교수의 경우 2년9개월여 전인 2020년 12월 이미 1심에서 같은 사실관계로 인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2심을 거쳐 지난해 1월 대법원이 내린 판결도 같았다. 조 전 장관도 지난 2월초 1심에서 조민씨의 허위스펙과 관련한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 사이 검찰과 조 전 장관 일가는 다양한 풍파를 거쳐 왔다. 검찰이 수사를 착수한 지 약 2주 뒤인 2019년 9월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조 전 장관은 35일만인 10월14일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사퇴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면서다.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는 지난 6월13일 조 전 장관에 대해 교수직 파면을 의결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조 전 장관이 기소되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이하 조국수호집회)’를 기점으로 각지에서 조국 수호 집회와 이에 맞서는 조국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 같은 혼란은 검·경수사권 조정→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및 시행→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한 수사범위 재확대→검수완박법에 에 관한 헌재 권한쟁의심판 등의 정치적 갈등과 평행선을 이루며 전개됐다.

2019년 9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부터 누에머리 다리 구간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9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부터 누에머리 다리 구간에서 열린 검찰개혁·사법적폐 청산 촛불문화제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등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년 여유에도…檢, 시효 한달전 “반성 여부 보겠다”

검찰이 조민씨 기소 때까지 장시간을 끌 수 있었던 건 공범 기소에 따른 공소시효 정지 효과 때문이다. ‘공범 1인에 대한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 대해 효력을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효과다. 조민씨의 업무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2021년 6월→2023년 8월로 2년2개월 늘어났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 보름 전까지도 기소 여부에 대한 고심을 거듭했다.

공소시효 완성이 다가오면서 중앙지검 앞 가로수에 “이원석 검찰총장님 조민 기소 언제 합니까”라는 현수막이 붙자 그제야 검찰은 “조민씨와 공범인 조 전 장관, 정 전 교수 등의 입장 변화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조 전 장관 일가의) 반성 여부가 기소 여부에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라는 말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23일 조 전 장관 측은 “이렇게 된 데에는 부모인 저희의 불찰과 잘못이 있었음을 자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조민씨도 진작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을 취하했지만 기소를 막진 못했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 측이 지난달 17일 열린 자신의 2심 첫 재판에서 “조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어려웠다”, “공범 성립에 필요할 정도로 허위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 다시 평가해야 한다” 등 혐의를 일부 부인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 부작용을 낳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끝나지 않은 입시비리 수사…조국, “남영동 끌고가라”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에 출석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에 출석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그럼에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입시비리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원씨의 입시비리 혐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원씨 역시 공범인 조 전 장관의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다. 조 전 장관의 2심 첫 재판이 지난달 17일 시작한 만큼, 언제 공소시효엔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당장 조원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계속 조사하기로 했다.

아들 조원씨는 201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에 지원하면서 허위로 작성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명의의 법무법인 인턴 확인서, 미국 조지워싱턴대 장학증명서를 제출한 등 혐의를 받는다. 조원 씨는 지난달 연세대 석사학위를 반납할 뜻을 밝혔고,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았다.

한편 이날 기소 소식을 접한 조민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판에 성실히 참석하고 제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민씨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격한 반응을 내놨다. 조 전 장관은 이날 SNS에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고 썼다.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주체인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라며 이 글을 공유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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