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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애들 있는지도 몰라" 작은 나라 잼버리 간식 챙긴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명지대 자연캠퍼스 기숙사에서 만난 아프리카 나미비아 대원들. 사진 채혜선 기자

지난 9일 명지대 자연캠퍼스 기숙사에서 만난 아프리카 나미비아 대원들. 사진 채혜선 기자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 156개국 3만7000여명 중 절반 정도의 대원은 한국에 자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없는 40여 개국에서 왔다. 이들은 태풍 ‘카눈’으로 인해 잼버리가 새만금에서 철수한 뒤 ‘큰 나라’ 아이들에 비해 통역과 간식 등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민·관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자국의 공식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없어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 대원들처럼 추가 비용을 쓰며 ‘K 잼버리’를 즐기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국과 약 1만3000여㎞가 떨어진 아프리카 남서부의 나라 나미비아에서 온 28명(학생 21명, 인솔자 7명)의 대원들도 그런 사례다.

새만금 떠난 첫날 저녁은 컵라면

9일 용인소방서를 방문한 나미비아 대원들. 사진 최미영씨

9일 용인소방서를 방문한 나미비아 대원들. 사진 최미영씨

나미비아의 사무엘(15)은 “한국에 대사관이 있어 (새만금에서) 빨리 나올 수 있던 것 같고, 그런 친구들이 아무래도 관심을 더 받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새만금 잼버리를 위해 지난 2년간 참가 기금을 모금했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땐 ‘내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기뻤다고 한다. 한국은 사무엘이 찾은 첫 번째 아시아 국가였다. 하지만, 새만금 철수로 인해 계획이 틀어졌다. 조기 철수한 미국·영국·싱가포르 대원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는 사무엘은 “영어 뉴스를 보면서 여러 나라가 우리를 걱정하는 걸 알았다. 그런데, 한국인들도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우리를 도와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은 나라 2만명 대원에게도 관심을…“모두가 손님”

9일 나미비아 대표단이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바이킹을 타고 있다. 사진 최미영씨 제공

9일 나미비아 대표단이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바이킹을 타고 있다. 사진 최미영씨 제공

다행히 나미비아 대원들의 속사정이 한국인들에게도 알려지게 됐다. 용인시와 별도로 나미비아 대표단을 도운 이들은 숲을 유아 교육에 활용하는 ‘숲 유치원’ 관련 카카오톡 단체방 회원들이었다. 지난 4일 장희정 사단법인 ‘나를 만나는 숲’ 연구실장이 “나미비아 28명이 새만금에서 먹을 게 부족하다고 한다. 특히 과일을 먹고 싶어한다고 일본에 있는 나미비아 영사관 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수십명이 있는 카톡방에 알렸고, 이후 전북 군산과 용인 등 전국에 있는 유치원 원장들이 후원금을 모았다.

회원들은 나미비아 대원들이 새만금에서 철수하기 전부터 피자·치킨과 같은 간식 등을 제공했다. 대원들은 받은 음식을 비슷한 처지의 트리니다드토바고 대원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유치원 원장들은 나미비아 대표단이 새만금을 나온 다음 날(9일)에는 용인 한국민속촌으로 데려갔고, 저녁 식사를 사줬다. 인솔자로 나선 최미영씨는 “잼버리 조직위는 아이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잼버리 홍보대사인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현재 국내·외 언론 보도가 영국 등 유럽 국가 중심으로 가는데 3만7000여 명 중 약 2만명은 제3세계에서 온 아이들”이라며 “대사관이 없는 나라에서 온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있을 수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이들이 잘 마무리하고 떠날 때까지 도움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측은 “주한 공관이 없어도 관계 부처가 세계스카우트연맹을 통해 지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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