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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원경의 돈의 세계

당신이 공매도를 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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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2011년 월가 점령 시위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소득 불평등에 맞선 사건이다. 10년 후 월가의 재점령 시위대를 이끈 대상이 있었다.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에 더 낮은 가격에 사서 되갚고 차익을 얻는 공매도 제도다.

2021년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은 총 주식의 140%가 공매도 됐다. 기관투자가의 이기적 행태가 눈에 선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행동주의 투자자가 개인투자가의 공매도 된 주식의 매수 참여를 독려했다. 2020년 9월 4달러였던 주가는 2021년 1월 장중 483달러로 치솟았다. 공매도 헤지펀드 세력과 격전이 벌어졌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자 기관투자가는 공매도 청산을 위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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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열기는 폭등한 이차전지주로 대별된다. 개인투자가는 열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공매도 세력은 큰 손실을 보고 주식을 되사야 했고 주가 변동 폭을 키웠다. 현재 2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는 게임스톱 주식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한물간 게임스톱 주식과 이차전지 주식을 비교하는 건 무리다. 핵심은 비이성적 주가는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점이다.

판돈을 두고 결전을 치르는 개미 투자가를 대변한다는 SNS의 선수들은 믿을만한가?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은 학생들에게 학급 동료 중 공매도할 대상을 물었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을 실망시켰거나, 자기중심적이거나, 탐욕적이거나, 편법을 쓰거나,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고를 거라 말했다.

시장 경제에서 롱숏전략은 투자가의 자유다. 그래도 기관투자가가 집단이익을 위해 멀쩡한 주가를 망가뜨리는 건 문제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친다면 그런 이기적 기관투자가와 개인 투자자의 무지를 돈벌이에 활용해 선동한 자가 타깃이 아닐까.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 신을 자처하는 자는 시장을 모독한 죄를 달게 받아야 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