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객 몰래 계좌 1000건 개설…대구은행 직원 수십명의 일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사진 연합뉴스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사진 연합뉴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DGB대구은행에서도 대규모 일탈 행위가 발생했다. 직원 수십명이 고객 몰래 계좌를 1000여 건 개설해 실적을 부풀린 혐의다. 최근 은행 직원들의 횡령, 미공개정보이용 사건 등이 잇따르자 관련 법령을 개정해 감독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에 대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객의 증권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 동의 없이 계좌를 하나 더 만드는 방식이다. 해당 직원들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드러난 건 한 고객이 계좌 개설 알림 문자를 2번 받고 이상함을 느껴 지난 6월 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민원 처리 도중 불건전 영업 행위가 의심돼 자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소명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추가 계좌 개설 사실이 탄로 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설 안내 문자를 차단하는 방법도 동원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대구은행이 사건 발생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도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대규모로 발생한 일탈 행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환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는 대구은행 입장에선 신뢰 하락이라는 부담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검사가 진행 중이라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내부 통제 완비, 고객 보호 시스템 시행 여부는 향후 심사 과정에서 점검 요소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체 통제로는 역부족?…“촘촘한 책무구조도로 감시해야”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뒤 내부 통제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직원들의 일탈 행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BNK경남은행 직원이 홀로 562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9일에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여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임직원 202명이 1816억여원을 빼돌렸다. 지난해와 올해 횡령액이 각각 826억 8200만원, 580억 7630만원으로 급격하게 늘었고, 횡령 임직원 수는 은행이 113명으로 가장 많았다. 횡령액을 이미 처분했을 경우 환수도 쉽지 않아 환수율은 7년간 12.4%에 그쳤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건 수가 늘었다기보다 사고 금액이 커지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기업금융 부문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대규모로 횡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회삿돈을 횡령한 직원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자금을 빼돌렸고, 경남은행 직원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자금에 손을 댔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부 통제 기준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지난 6월에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손질해 경영진에게 관리 책임을 묻고 제재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다. 임원별 책임을 지정한 책무 구조도를 만들고 관리 조치 이행 여부를 감시하자는 게 골자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아무리 내부통제를 강조해도 결국 금융사 스스로 강화해야 하는 문제”라며 “사후 제재에 앞서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부터 최소한의 예방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