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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묻지마식' 테마주 투자 관리…실검기능 닫고 대출 제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증권업계가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 광풍을 억제하기 위해 '빚투(빚내서 투자)'를 제한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한국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이 알려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달 1일부터 자사 이용 고객들의 검색량과 매수·매도 주문이 많은 종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순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가 실시간 매수·매도·검색 상위 종목을 보고 따라 사는 '뇌동매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빅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서비스였지만, 초전도체 테마주 등을 추격 매수하는 고객들이 있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고 말했다. 또 관련 테마주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신용불가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에코프로 삼형제' 중 하나로 최근 일주일동안 30% 넘게 급등한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변경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다. 지난 4일부터는 초전도체 테마주로 주가가 변동성이 커진 덕성과 신성델타테크의 신용·대출도 막았다.

최근 대출 금리 인하 마케팅에 나선 증권사도 과도하게 급등한 테마주는 해당 이벤트에서 제외하는 등 테마주의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KB증권이다. 이곳은 지난 2일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60일간 연 4.2%(기존 연 4.9~9.1%)로 인하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전날부터 2차전지 주요 종목들의 신용·대출 증거금률을 높였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그룹주와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나노신소재 등 2차전지 종목들에 대한 신용·대출 증거금률을 기존 20∼40%에서 100%로 상향 적용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과도하게 급등한 테마주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으로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0%'라는 파격적인 단기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세운 대신증권도 전날 홈페이지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 공지를 띄우고 주식매매 관련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대신증권은 안내문에서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는 주가 하락 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니 반드시 상환능력을 고려해 투자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업계에선 증권가에서 투자자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현상에 대해 '묻지마식' 테마주 투자의 광풍이 꼭지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등한 테마주에 거품이 과도하게 끼었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업계 입장에선 모처럼 증시에 들어온 자금이 테마주 폭락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다른 종목들로 순환매되며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증권가의 테마주 열풍을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테마주 열기로 허위 풍문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 집중 점검과 철저한 대응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임원 회의에서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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