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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김구 선생, 공산주의 강하게 반대…이승만과 같은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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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신 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 158명과 8·15 광복절 기념 오찬을 하면서 백범 김구 선생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김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같은 편인데 왜 후세 사람들이 나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참석자들이 ‘김구·이승만’의 관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롯한 행사 참석자에 따르면 오찬 헤드 테이블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면서 시작됐다. 관련 이슈가 화제로 떠오르자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님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옆에 앉은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김황식 총리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 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여기에 이 회장은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 단순히 설립뿐만 아니라 운영까지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일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인사말에서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을 놓고 "기념관 건립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회장이 이를 직접 부인한 모양새다.

이어, 김구 선생 손녀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이 “지금 보면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두고 갈라져 싸우는 분위기 같다”며 “대한민국은 하나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이 힘을 합쳤었는데 후세 일부가 이간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말에 윤 대통령이 웃으면서 “김구 선생은 공산주의에 가장 강하게 반대를 하신 분이다. 어떻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적(敵)이 될 수가 있었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오찬사에서도 “우리의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로부터 빼앗긴 주권을 찾는 것만이 아니었다.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도 아니었고,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며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심지어 보수세력 내부에서도 대한민국 정부수립(1948년 8월 15일)을 건국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왔다. 윤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위한 건국 운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타협점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건국절 논란의 이면에는 국부 논쟁도 있다. 건국을 1919년으로 보면 임시정부 건립에 크게 기여한 김구 선생은 물론 박은식, 박헌영 등의 좌익 성향 인사를 포함한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부 칭호를 얻게 된다. 반면 건국이 1948년이라면 제헌국회에서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에 오른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부가 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1919년 건국론’이나 ‘1948년 건국론’ 등 일체의 건국론을 배척하며, 건국은 ‘하나의 과정’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김영관 애국지사에게 무궁화 자수 한산모시 적삼을 선물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김영관 애국지사에게 무궁화 자수 한산모시 적삼을 선물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날 오찬도 독립운동을 테마로 했다.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 고향인 황해도 해산물로 만든 해물냉채, 지복영 선생이 즐겨 먹은 총유병 등 모둠전, 권기일 선생이 처분한 종갓집의 종가음식인 소고기 떡갈비·전복, 안희제 선생이 동지들에게 나눠줬던 망개떡과 선생 고향인 의령 특산물로 만든 수박화채 등이 차려졌다. 독도 인근에서 잡은 대구로 만든 대구전도 나왔다.

특별초청 대상에는 송진우 선생 손자로 공헌·선양 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 윤봉길 의사 손녀인 윤주경 의원, 김좌진 장국 손녀인 김을동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고문, 장진홍 의사 고손으로 3ㆍ1절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장예진 양이 초청받았다. 윤동주 시인 육촌 동생이자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가수 윤형주도 포함됐다. 독립운동가 양우조 선생의 손자인 양인집 어니컴 회장, 광복절 기부 마라톤 '815런'을 열어온 가수 션도 참석했다.

이날 오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는 광복군이자 6·25 참전 용사 출신인 김영관 애국지사에게 국가무형문화재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장인이 제작한 ‘무궁화 자수 한산모시 적삼’을 선물했다. 건강상 오찬에 참석하지 못한 국내 거주 애국지사 6명(오희옥·강태선·이일남·권중혁·지익표·이석규)에게도 고급 모시이불이 별도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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