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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수상보다 연주 잘된게 더 기뻐”…‘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받은 윤한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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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윤한결

윤한결

수상 축하한다는 말에 “상 탄 것보다 연주가 잘돼서 기쁘다”는 천생 지휘자다.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페스티벌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29) 이야기다. 2010년 수여하기 시작한 이 상을 받은 지휘자들은 세계 무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는 54개국 323명이 출전했다. 윤한결의 수상은 한국인 최초다.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윤한결은 결선 무대에 대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쳐 있어 걱정했는데 다들 진심으로 연주 해줘서 지휘하는 나마저 감동할 정도의 음악이 나왔다”고 했다. 이 대회의 오케스트라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사흘 동안 결선 진출자 3인과 차례로 연주했다. 윤한결은 마지막 순서였다.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모차르트 아리아,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와 한국 작곡가인 신동훈의 ‘쥐와 인간의’를 80분 가량 지휘했다. 이중 모차르트 아리아만 주최측의 지정곡이었다.

그는 “최대한 다양한 지휘를 보여주려고 했다. 앞선 세 곡이 가벼운 희극 같은 느낌이다 보니 마지막은 웅장하고 로맨틱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단원이 많지 않고 금관 악기도 적은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선곡에 제약이 있었다. 그는 “규모가 허용하는 한에서 가장 큰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슬픔과 기쁨, 삶과 죽음이 다 담겨 있는 곡”이라고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를 소개했다. 또 “체임버 오케스트라만이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것들을 모두 살려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지휘자 윤한결(오른쪽)이 심사위원장인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와 함께 했다. [연합뉴스]

지휘자 윤한결(오른쪽)이 심사위원장인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와 함께 했다. [연합뉴스]

윤한결은 새로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만나 그 순간에 만들어지는 음악을 즐긴다. 2017년부터 뉘른베르크, 제네바, 노이브란덴부르크의 오페라 극장에 부지휘자 등으로 소속됐지만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어떤 극장에서 음악 감독을 할지, 아니면 많은 오케스트라를 만나며 다양한 음악을 할지 선택해야 했는데 후자를 골랐다.” 그는 “약 6주 동안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오페라 작업보다는 한 1주일 동안 최고의 성과를 내는 교향곡 무대가 체질에 더 맞는다”고 했다. 짧은 시간 최고 효율을 내는 단거리 선수와 같은 윤한결에게 짧은 기간의 지휘 콩쿠르는 잘 맞았다. 피츠버그 심포니 음악 감독인 만프레드 호네크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준비가 철저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났다”는 평을 했다.

작곡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피아노와 지휘를 동시에 공부한 만능 음악인이다. 예원학교, 서울예고에서 작곡을 전공했으며 뮌헨 국립음대에서 2011~17년 작곡, 2013~16년 피아노, 2014~20년 지휘를 공부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2015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작곡으로 2위에 올랐다. 그는 “무대에 서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좋아 지휘를 선택했다. 작곡은 간간이 하는 정도”라고 했다. 또 “최대한 여러 오케스트라, 많은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카라얀 재단이 함께 주최한다. 우승 상금은 1만5000유로(약 2150만원)이며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오스트리아 라디오 방송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기회를 얻는다.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로렌조 비오티(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상임) 등이 이 대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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