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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기채 금리 치솟자, 채권개미 조마조마…"오름세는 일시적"

중앙일보

입력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달 들어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들썩이면서 채권 개미들은 조바심을 태우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부진할 수 있어서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장기 국채 발행 확대 계획에 따른 여파다.

6일 금융정보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연 4.189%로 올해 가장 높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지 이틀 만에 0.142%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장기 채권 금리가 들썩이는 데는 미 재무부의 대규모 장기채권 발행 계획도 영향을 미쳤다. 미 재무부는 다음 주 당초 계획인 960억 달러(125조5680억원)를 웃도는 1030억 달러(134조7240억원) 규모의 장기 채권(3년물 420억, 10년물 380억, 30년물 230억 달러)을 발행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 금리는 오를 수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떨어지는 기존 채권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한 국내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 셰어스’ 상장지수펀드(ETF)였다. 순매수액만 7억8000만 달러(1조202억원)에 달하는 이 상품은 잔존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 30년물에 투자한다.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해 차익의 3배를 추종하지만, 반대로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 손실도 3배가 발생한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도 지난 3일 4.304%로 연중 최고치로 올랐기 때문에 관련 종목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하다.

상당수 전문가는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치솟았지만, 금리 상승 흐름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채권)금리를 자극하는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채권금리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서다. 또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더라도 투자 측면에서 미국 국채를 대체할 채권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여전히 미국 장기채 투자를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는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지면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 국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의 대안 투자처가 여전히 없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강등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파급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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