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여권 내에서 주목받는 정치인이 한 명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감반원 출신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다. 보통 특별사면을 앞두고는 통상 거물급 정치인이나 경제인에게 대중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인 걸 감안하면 조금 이례적인 사례다.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12월 청와대 특감반에서 검찰 수사관으로 복귀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 등의 비위 의혹을 언론에 폭로했던 인물이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윤영찬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구청장에 대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전 구청장은 그 뒤 공직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폭로 이듬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됐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아 구청장직을 잃었다.
여권 내에선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이 권력의 비리를 폭로한 공익신고자란 이유를 들어서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 지역 구청장 15명 전원은 지난달 초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에 김 전 구청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건의했다. 이들은 “김 전 구청장의 양심선언이 없었다면 권력형 비리는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김 전 구청장의 억울함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판결일 수 있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비위 의혹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관련 수사를 했던 검사가 현재 대통령실의 사면 업무 담당자인 주진우 법률비서관이다.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입시비리 혐의 포함)을 선고받았다.
김 전 구청장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지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은 점은 사면의 또다른 변수다. 2007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2013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같이 유죄 확정판결 한 달만에 사면을 받은 전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당시 사면 결정을 내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사법권을 형해화한다”는 비난을 피해 가지 못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김 전 구청장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긴 이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의견도 상당 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안다”며 “정치권에서 사면 주장을 펴더라도 한 장관이 반대하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특별사면이 된 MB도 윤석열 정부 첫해 광복절 특사에선 제외됐다. 당시도 사면 시점을 두고 한 장관의 의견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치권 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