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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피해 '스멀스멀' 도심까지 내려왔다…사람 잡는 불청객

중앙일보

입력

소방청이 벌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충남 계룡시의 한 공원에 벌과 뱀 조심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소방청이 벌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충남 계룡시의 한 공원에 벌과 뱀 조심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파라솔 펼치니 말벌이 나와 공격 

강원 춘천시 사북면에 사는 정모(70)씨는 지난 3일 집 마당 청소를 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한동안 접어놓은 파라솔을 펴자 갑자기 말벌이 나타난 것이다. 정씨는 피할 새도 없이 어깨와 팔을 쏘였다.

곧바로 벌침을 제거한 정씨는 쏘인 부위에 얼음을 대고 혹여나 몸에 이상 반응이 나타날까 한참을 긴장해야 했다. 정씨는 “요즘 처마 밑을 비롯해 곳곳에서 벌집이 많이 보인다”며 “오랜만에 파라솔을 펴거나 청소할 때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폭염 속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벌 쏘임 등 벌과 관련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7시 51분쯤 강원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415번 지방도 긴급제동시설 공사장. 공사 관계자 A씨(57)가 비탈면 아래로 15m가량을 추락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구급대는 추락한 A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A씨는 결국 숨졌다. 이날 철근 구조물 철거작업을 하던 A씨는 갑자기 나타난 벌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지난달 16일엔 강원 횡성군 우천면 하궁리의 한 주택에선 B씨(51ㆍ여)가 말벌에 어깨부위를 쏘여 숨지기도 했다.

충남 계룡시의 한 건물 옥상 TV 수신 안테나에 말벌들이 집을 짓고 번식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계룡시의 한 건물 옥상 TV 수신 안테나에 말벌들이 집을 짓고 번식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들어 벌 쏘임 사고로 3명 숨져

올해 들어 벌 쏘임 사고로 3명이 숨지자 소방청은 지난달 31일 ‘벌 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 쏘임 사고 예보제는 최근 3년간 벌 쏘임 사고 통계를 기반으로 소방청이 운영하는 예ㆍ경보 시스템이다.

최근 3년간 벌 쏘임 사고 중 78.8%는 7∼9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월에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2020년 7명이 숨졌고,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벌은 어두운 계통의 옷,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에 더 큰 공격성을 보인다” 며 “야외활동 시에는 흰색 계열의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뱀 출몰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강원 강릉시 연곡면 송림리에선 차량 보닛에서 뱀이 발견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포획해 인근 야산에 방생했다. 앞서 강원 평창군에선 구렁이가 전봇대에 올라가 정전이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벌 쏘임 예방 및 대처요령. 국립수목원

벌 쏘임 예방 및 대처요령. 국립수목원

“덥고 습한 날씨 피해 이동한 것” 

강원소방본부의 최근 3년간 뱀 포획 출동 건수는 2021년 836건, 2022년 669건, 올해 현재까지 447건에 이른다. 더욱이 10월까지는 ‘뱀 조심’ 기간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7~8월은 새끼를 낳는 뱀(난태생)의 출산기이기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 눈에 잘 띌 수 있다. 또 9~10월은 겨울잠 전에 먹이를 많이 먹어두느라 활동이 왕성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뱀 출몰이 잦아진 이유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 인근으로 뱀이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박사는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더위를 피할 시원한 곳을 찾는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벌 쏘임 사고 행동 요령. 사진 소방청

벌 쏘임 사고 행동 요령. 사진 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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