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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든 미친사람 갑자기 안 생겨, 강력범 분석해 이상징후 파악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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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호 04면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3월 죽전역, 7월 신림역, 이번 달 서현역까지. 여섯달 사이에 무려 10여건이 넘는 칼부림 사건이 도심에서 발생해 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몇몇 시민은 ‘대한민국에 망조가 들었다’, ‘방검복을 입고 다녀야 한다’며 공포에 떨기도 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프로파일러·사진)는 “어떤 자극제가 또 다른 모방 범죄를 만들어 낼지 모른다”며 “강력 범죄자들의 행위와 심리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바탕이 돼야 인재(人災)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왜 자꾸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가.
“신림역 칼부림을 저지른 조선(33)의 경우 전형적인 관심종자라고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때 희열을 느낀다. 조씨는 ‘홍콩 묻지마 살인(지난 6월 2일, 여성 2명 사망)’이 화두가 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현역 사건의 경우 모방 범죄다. 범행 전 흉기 두 점을 구매한 것, 지하철역이라는 핵심 교통 요충지를 선택한 것 등으로 봐서는 조씨의 범행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모방 범죄의 특징이 다양한 범죄 사건을 짜깁기해서 자기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모방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의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선행 범죄자의 사소한 행동도 아주 큰 자극제가 된다. 가령 흉기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범행 당시 입은 옷 등 무엇이 범죄 행동의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될지 모른다.”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과거에도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묻지마 폭력 사건들이 발생하긴 했으나 지금처럼 사이버상에서 살인 예고를 한다든지, 이전 사건에서 연동되어 바로 범죄가 저질러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빠른 SNS의 확산과도 관련이 깊다고 보인다. 자극적인 범행 영상들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빠르게 유포된다. 그리고 특정 커뮤니티를 통해 재확산되고 사이버 공간에서 반응들이 쌓이다 보면 잠재적 범죄를 꿈꾸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기폭제가 된다.”
예방할 순 없나.
“‘묻지마 범죄’라는 단어는 수사기관이나 사법 기관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쓰는 용어다. 아무런 동기가 없으니 예방이 불가능 하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같은 경우 이런 식의 강력 범죄가 생겼을 경우 공격자들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조선 같은 경우에도 소년부 송치가 14건인데 보호 처분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야 했다. 경찰에서도 지난 1월 ‘이상동기 범죄’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진척은 매우 더디다.”
진척이 더딘 이유는.
“소위 묻지마 범죄라 불리는 ‘이상동기 범죄’가 국가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개념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속하는 범죄자들의 수는 200~300명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 국가가 나서 범죄자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국가 연구기관에 강한 권한을 준다. 대표적으로 국립강력범죄분석센터(NCAVC), 매사추세츠주 치료센터(MTC) 등의 기관이 있다. 국내에서는 가해자 인권 때문에 어렵다고 하지만 극악한 범죄자들에 대한 관리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으로 이런 과정은 범죄자들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철저하게 연구하면 범죄 이상 징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칼을 든 미친 사람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사법체계 보완점은.
“사회 분위기상 형량에 대한 강화가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다. 예방 효과가 클지는 의문이지만 국민적 감정에 대한 사법기관들의 유연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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