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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법과 질서’ 원칙 변함없이 반카르텔 공세 강화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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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호 06면

[여의도 톺아보기] 윤 대통령 여름휴가 구상 뭘까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지난 3일 진해 해군기지를 찾아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중인 지난 3일 진해 해군기지를 찾아 관계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여름휴가를 떠났다. 1~2일만 짧게 가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고려해 휴가 기간이 6박 7일로 길어졌다고 한다. 당초 휴가 반납까지 거론된 건 아파트 부실공사 파문 등 굵직한 정국 현안이 잇따랐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지난 한 달간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파문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김건희 여사의 해외 순방 중 명품 쇼핑 논란, 윤 대통령 장모 구속, 풍수 전문가 논란, 이에 대한 참모들의 잇단 해명 실수 등 공적·사적 이슈가 겹겹이 쌓이면서 대통령 지지율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기각에 이어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 등 야당에 불리한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여론이 다시 출렁이는 모습이다. 지난 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로 이전 조사보다 1%포인트 오르며 반등세를 보인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23%로 국민의힘(32%)에 9%포인트나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정국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구상과 휴가 복귀 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재충전 후 어떤 전략을 내놓을 것이냐가 하반기 총선 정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의 여름휴가는 국정의 주요 전환점으로 작용해 왔다. 2003년 여름휴가 뒤 새천년민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지지 선언이란 승부수를 던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여름휴가 직후 ‘메르스 사태’ 책임을 물어 장관과 수석을 전격 교체하는 등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복귀 후 어떤 여름휴가 구상을 선보이게 될까. 현재 여권에선 두 개의 노선이 경쟁하고 있다. 전면 쇄신론 대 원칙 고수론이 그것이다. 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중반으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수도권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심이 큰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로 제기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의 여름휴가 후 행보처럼 인적 쇄신 등 여론이 호응할 만한 가시적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지금의 국정 기조를 더욱 강화하며 ‘보수 집토끼 결집 전략’을 지속하는 게 국정 주도권 장악과 총선 승리에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감안할 때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안정형·관리형 노선을 추구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1년여간 여론의 세세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자유·질서 등 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 어젠다를 중심에 두고 정국을 돌파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더욱이 최근 지지율도 야권이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다 보니 대대적인 국정 쇄신론에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 대통령의 휴가 후 정국 구상은 크게 세 갈래 방향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는 ‘법과 질서(Law and Order)’ 담론의 지속적인 적용과 이를 구체화한 반카르텔 공세 전략이다. 올 상반기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막았던 주요 요인 중 하나도 노동 개혁 이슈였다. 최근엔 학원 일타 강사와 진보 교육계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직접 겨냥하는 등 반카르텔 전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는 교권 강화 등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야권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언제든 적절한 타이밍에 검찰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통제력이다. 즉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는 순식간에 야권을 수세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최근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축소하는 시행령이 입법 예고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사건에 노동과 선거범죄 등 정치적 파괴력이 큰 분야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외통수에 빠진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 1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서막에 불과하고 본 무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입장에선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도, 부결시켜도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현재 여의도에선 8월이나 늦어도 9월 추석 전에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공방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는 신선한 후보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심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이 지난달 15일 제주 포럼 강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토지 개혁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동시에 높게 평가한 건 논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권은 앞으로도 경제·사회·문화계 신진 인사들을 적극 앞세우며 민주당의 ‘586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과 질서론, 검찰의 다양한 선택지, 신선한 후보의 등용 등 세 가지 유효한 카드를 쥐고 있는 게 정국이 여권 뜻대로 흘러가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간의 흐름으로 볼 때 언제든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패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중도층 민심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 3일 NBS 조사 결과 무당층 비율이 37%에 달하는 등 양당에 대한 불신과 정국 유동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독단적·일방적’과 ‘소통 부족’이 주로 꼽히는 현실도 여권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과연 여름휴가 이후 어떤 전략을 내세우며 하반기 정국을 이끌어나갈 것인가. 또 이에 맞서 야권은 어떤 수로 대응에 나설 것인가. 8월에도 뜨거운 ‘폭염 정국’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구상에 여의도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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