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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조장 끼얹고, 페스토 바르고, 쏨땀 올리고…통닭의 화려한 변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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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1호 24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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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삼복더위를 잊게 하는 대표 식재료 중 하나다. 흔히 먹는 삼계탕이 아니고, 장작에 구운 통닭으로 여름을 나보면 어떨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남영탉’에선 장작구이 통닭을 선보이는데, 긴 꼬챙이에 꽂힌 열댓 개의 통닭이 특별 제작된 화덕에서 쉴 새 없이 회전하며 익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사진1).

독특하게도 이곳의 메뉴는 함께 조리하는 소스에 따라 동양탉, 서양탉, 펭킹탉, 타코탉, 쏨땀탉 5가지로 나뉜다. 작년 1월 식당 문을 열고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중식에 널리 쓰이는 흑초와 기름을 섞은 라조장 소스를 듬뿍 끼얹고 마늘·양파·건고추를 튀겨서 올린 ‘동양탉’이다. 오븐에 구운 로스트 치킨을 본 딴 ‘서양탉’은 바질·참나물·된장을 섞어 만든 페스토를 바른 후 볶은 견과류를 올린다. 아삭한 파파야를 새콤하게 무친 태국 음식 쏨땀을 가득 올린 ‘쏨땀탉’도 인기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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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와 협업한 메뉴를 선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미술 작가 펜킹의 이름을 딴 ‘펜킹탉(사진2)’은 주황색을 주제로 만든 메뉴다. 구운 닭 위에 라드(돼지 지방),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 버터, 라임주스를 섞은 주황색 소스를 바르고 렐리쉬(다진 피클), 아메리칸 체다 치즈, 나초 칩 부순 것을 올렸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선보이는 이태원의 신발가게 칩스(Chips)와 협업해 미국 도시 LA가 떠오르는 메뉴도 만들었다. 구운 토마토와 건고추, 타바스코 핫소스를 섞어서 닭에 바르고 고수와 적양파를 올린 ‘타코탉’이다. 닭 한마리가 통째로 나오는 다른 메뉴와 달리, 닭을 반으로 가른 후 반은 살만 발라 이미 만들어진 소스와 섞은 후 또띠아에 올려서 타코로 제공한다.

다음 달에는 일본 아티스트 마크(MHAK)와 만든 ‘마크탉’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크는 매장 외부 간판의 무채색 패턴을 그린 작가로 검은색을 위주로 작업하기에 간장을 기본으로 한 데리야키 소스를 이용해 타코야끼 버전의 닭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닭을 담아 낼 그릇도 마크 작가가 새롭게 디자인한다.

식당이 위치한 곳은 남영동, 음식을 만드는 셰프의 이름은 오준탁, 여기에 주재료인 닭까지 고려해서 ‘남영탉’이라는 상호를 만들었다. 오 셰프는 2019년까지 홍콩의 대표적인 야키토리 레스토랑 야드버드(Yardbird)에서 3년간 근무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튀긴 치킨이나 끓인 삼계탕이 아닌, 구운 닭의 맛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구운 닭과 잘 어울리는 소스를 계속 개발해서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또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메뉴를 만들고 싶다”는 게 오 셰프의 목표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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