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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위, 文정부 보 해체 결정 취소…시민단체 "졸속 결정" 반발

중앙일보

입력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재검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재검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이하 물관리위)가 4일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배덕효 물관리위 민간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21년 1월 18일 (1기) 위원회가 확정했던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해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물관리위는 당시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금강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심의·의결해 세종보·죽산보·공주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를 상시개방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이전 정부의 보 처리방안 마련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항이 다수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물관리위에 2021년 당시 물관리위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또는 상시개방 결정을 재심의 해달라고 요청했다.

배 위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 전임 정부 산하 환경부에서 과학적, 합리적 방법 대신 타당성·신뢰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방법을 사용해 보 해체 경제성 분석을 불합리하게 수행했고, 보 처리방안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위원회는 공익감사 결과, 4대강 유역물관리위원회 설명회 결과를 종합 검토해 2021년 위원회의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번 의결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을 변경하고,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조 발생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녹조 저감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배 위원장은 "녹조는 보가 물을 가두면서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염원이나 강물의 수온 상승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며 "녹조 문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앞으로 정부 기관이 힘을 쏟을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녹조 발생 원인 다양…원인 규명하는 데 힘써야"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는 2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한강 최상류이자 수도권 식수원인 이곳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처음이다. 수자원공사는 폭우로 오염원이 흘러들어온 뒤 폭염이 닥치면서 녹조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는 2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한강 최상류이자 수도권 식수원인 이곳에 녹조가 발생한 것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처음이다. 수자원공사는 폭우로 오염원이 흘러들어온 뒤 폭염이 닥치면서 녹조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 연합뉴스

물관리위원회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배덕효 세종대학교 총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관계부처 장관과 학계·연구기관·법조계 등의 물 전문가가 민간위원으로 위촉된다. 물관리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물관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상위 기구로 만들어졌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 변경할 뿐 아니라 정부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의 물 분쟁 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1기 물관리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또는 상시개방을 결정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2기 위원회는 이 결정을 번복하면서 기구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위원회는 지난 봄 남부지방 가뭄 당시 발표된 환경부의 보 활용 계획에 이어 지난 달 감사원 결과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 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배 위원장은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이번 결정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며 "향후 보의 활용 등 결정에 따른 이행은 환경부가 해야한다"고 답했다.

환경부·감사원과 별도로 위원회 자체적인 조사 과정과 이 사안에 대한 판단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이번 결정은 감사원이 1년 5개월 넘게 감사한 결과를 평가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심도있는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보름 만에 졸속 결정" 시민단체 반발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관련 국가물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금강·영산강 수문 개방 후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23.8.4/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 관련 국가물관리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금강·영산강 수문 개방 후 자연이 되살아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보 해체 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2023.8.4/뉴스1

4대강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물관리위 브리핑 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보 해체를 결정하는 데 1년이 걸렸고 4대강 조사평가단의 준비과정까지 약 3년 넘게 이 사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감사 결과 발표 후 보름 만에 이전 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하려면 1기 위원회가 거친 수준에 상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 밀실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고 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로써는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지류·지천의 준설 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형성되고 있다"며 "다만 20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만큼, 향후 사업 과정이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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