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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테러'에 법무부 사법입원제 검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잇단 ‘묻지마 테러’ 사건에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추진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묻지마식 흉악범죄’ 등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법입원제도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8년 12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지만, 사법입원제는 사법기관과의 논의 필요 등을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에 이어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묻지마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법무부가 사법입원제 도입을 다시 꺼낸 것이다.

법무부는 “현행 제도가, 가족이나 의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면이 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미국·독일·프랑스 등 예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프랑스는 법원심사 모델로 실시되고 있으며 호주는 법원 대신 독립된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입원치료가 결정된다.

법무부는 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형법 신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미국 등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하여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제가 폐지될 경우 이를 대체할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흉악범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면서 사형의 오판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복역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는 무기형과 달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 감형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26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현재 국제앰네스티 기준으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취지에 공감한 바 있다. 법무부는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등 최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사형제 폐지와 무관하게 우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추진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검찰도 최근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 대한 테러 범죄에 대하여 반드시 법정최고형의 처벌이 되도록 하겠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과 살인예고 사건 등을 수사할 전담수사팀을 각각 구성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공중 일반에 대한 안전을 침해·위협하는 ‘공중협박행위’를 테러 차원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무부에 입법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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