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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40대 하버드 총리' 끝내 무산?…군부와 탁신파 손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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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이 이끌고 있는 프아타이당이 군부와 손잡고 공동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군부 세력을 비판해온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격화돼 태국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이끌고 있는 프아타이당은 "부동산 기업가 출신 스레타 타위신을 차기 총리 후보로 추대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아울러 "새 정부 구성 협상에서 전진당을 참여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군부가 중심이 된 의회 내 보수파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전진당과 손을 잡으면 정부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프아타이당은 팔랑쁘라차랏당(PPRP)·품짜이타이당 등 친군부·보수 진영과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출신의 40대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지난 5월 14일 총선에서 승리했다. 전진당은 징병제·왕실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내걸어 20여 년 간 태국 정치를 장악해 온 탁신계와 군부 진영에 대한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프아타이 당사 앞에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프아타이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프아타이 당사 앞에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프아타이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후 전진당은 프아타이당 등 야권 7개 정당과 연대해 연립 정부 설립 추진하기로 했으나 선거법 위반 논란과 군부의 견제 때문에 지난달 13, 19일 두 차례 치러진 총리 선거에서 피타 대표의 총리 선출이 무산됐다. 이후 피타는 프아타이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프아타이가 군부와 손 잡으면서 전진당은 정치적으로 고립됐다.

실각 이후 해외에 체류했던 탁신 전 태국 총리는 오는 10일 귀국할 것이라고 딸 패통탄이 SNS에 밝혔다. 탁신 전 총리의 귀국 예고 배경에는 프아타이당과 군 사이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정부 구성에서 전진당이 배제되자 변화를 원하던 야권 지지자들의 반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방콕의 프아타이 당사 앞에서 100여명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진당과 관계를 끊은 프아타이당이 총리 후보로 추대한 스레타 타위신은 부동산 기업가 출신으로 지난해 정계에 입문한 정치 초년생이다.

한편 3일 태국 헌법재판소는 피타 전진당 대표를 후보로 하는 총리 선출 2차 투표 무산과 관련한 위헌 소청을 받아들일 지에 대한 결정을 연기했다. 헌재는 증거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오는 16일 회의에서 청원 수락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4일로 예정됐던 상·하원의 총리 선출 투표도 취소됐다. 총리 선출을 위한 다음 회의는 빨라야 17일 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16일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결정하면 총리 선출은 더 늦어지게 된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AFP=연합뉴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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