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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 감염될 것" 이 폭염에 마스크 고민하는 방역당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며 방역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2급→4급)과 병원 마스크 의무 해제 등을 앞두고 방역 완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다음 주면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근거 법이 시행된다”라며 “여러 우려가 있어 계획대로 급수를 조정하고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낮출지, 이런 조치를 지연할지 등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만큼 유행이 아주 엄중한 상황은 아니고 한동안 확진자 규모는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라면서도 “고위험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료계, 국민 우려도 있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듣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초 당국 로드맵대로면 이달 중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은 기존 2급에서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내려간다. 병원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될 거로 예상됐다. 등급이 하향되면 그간 무료였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비 등도 자비 부담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하루 1만~2만명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신규 환자가 최근 5만명대까지 치솟자 의료계 안팎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일평균 확진자는 1만7000명 수준에서 7월 첫째 주 2만2000명, 둘째 주 2만7000명, 셋째주 3만6000명, 넷째 주 4만5000명까지 5주 연속으로 증가했다. 7월 첫주부터는 전주와 비교해 20% 이상씩 확진자가 불고 있다. 확산세를 가늠할 수 있는 감염병재생산산지수도 1.19로 5주 연속 1 이상을 보이고 있다.

6월부터 확진자 격리 의무가 해제되는 등 방역 완화가 시작된 데다 휴가철 등으로 이동량이 많아졌는데 접종과 감염으로 얻은 면역력은 떨어지면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일상회복 단계에서 연간 2회 정도 유행이 예상되었다”라며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가진 변이가 계속 출현하고 백신 접종과 감염을 통해 복합 면역이 형성되더라도 6개월 정도가 경과하면 새로운 변이에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감염 예방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일상회복 이후 적극적인 검사자가 줄면서 숨은 감염자가 많아진 걸 고려할 때 실제 확진 규모는 더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결과로 볼 때 재감염된 경우 확진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20% 미만으로 평가된다”라며 “지금 확진자는 적지만 절대적 크기로 본다면 지난해 겨울 유행과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번 유행에서 최대 8만~10만명 정도로 인구의 약 10~15%이 감염될 거로 추산한다.

2일 오전 대구 달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2일 오전 대구 달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유행 규모가 커질 때 눈 여겨 봐야 할 건 중증, 사망 위험이 높은 고령층 비율이다. 확진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6월 넷째 주 26.8%에서 7월 넷째주 29.8%까지 올랐다. 확진자 규모와 시차를 두고 늘어나는 위중증, 사망자 수도 증가세다.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이 기간 110명에서 170명으로, 사망자는 58명에서 88명으로 늘었다.

당국이 이달 중 일평균 약 6만명 수준(일 최고 발생 7만6000명)까지로 예측하고 있는 만큼 위중증, 사망자는 추후 더 크게 늘 수 있다. 다만 방대본은 “7월 중순 치명률은 0.02~0.04%, 중증화율은 0.09%, 0.10%로 최저 수준이다. 계절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현재 의료 역량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단 입장이다. 방대본은 “이전 오미크론 유행 시기 대비 낮은 치명률과 축적된 의료대응 역량을 고려시 안정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재훈 교수도 “재원 중환자 수는 증가 추세이나 100명대 후반에 병상 점유율도 5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접종과 감염으로 인한 복합 면역의 감염 예방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지만, 중증 예방에는 여전히 강력한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령층 보호를 위해 당국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NS에 “병원과 요양병원 같은 취약시설에서 코로나19는 절대 인플루엔자처럼 취급할 수 없다”라며 “정부의 방역완화 안대로 하게 되면 지역사회와는 다른 취약한 환자들이 있는 곳에 고삐 풀린 망아지를 풀어놓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계획대로 감염병 등급을 내리더라도 병원 등에서의 마스크 조치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교수는 “어차피 1년에 두 번 정도 유행이 있을 거라 차분하게 계획대로 가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적 불안이 크면 속도를 조절해 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 관계자는 “이번주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 자문을 들을 예정”이라며 “전문가 자문과 유행 규모 예측치 등을 근거로 내주 수요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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