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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애들 싹 데려와" 소녀팬 성매매 시켰다…디스코팡팡 실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대 청소년들이 수원역 로데오거리 디스코팡팡을 이용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10대 고객들은 유튜브 채널 또는 틱톡(tiktok)에 디스코팡팡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 촬영해 게시하고 DJ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디스코팡팡 DJ들은 10대 여성청소년들의 팬심을 악용해 입장권을 강매하고, 외상으로 입장권을 준 뒤 돈을 갚지 않으면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착취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유튜브 갈무리

10대 청소년들이 수원역 로데오거리 디스코팡팡을 이용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10대 고객들은 유튜브 채널 또는 틱톡(tiktok)에 디스코팡팡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 촬영해 게시하고 DJ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디스코팡팡 DJ들은 10대 여성청소년들의 팬심을 악용해 입장권을 강매하고, 외상으로 입장권을 준 뒤 돈을 갚지 않으면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착취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유튜브 갈무리

“진짜 XX야. 길바닥에 지금 돌아다니는 애들 초등학생이나 이런 애들, 순진한 애들 돌아다니니까 무조건 다 싹 데리고 오라고 해. 단골 애들 (입장권) 20~30장씩 해서 하루에 800~1000장은 해야 할 것 아니냐.”

 10대 여성 청소년들을 상대로 입장권 강매를 닦달해 오던 ‘디스코팡팡’(기구명 타가디스코) 업주의 실체가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업주 공모(45)씨를 붙잡아 상습공갈교사 혐의로 3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공씨는 지난해 3월~지난 5월 수원역, 부천 지역 디스코팡팡 실장 A씨와 B씨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할당량을 못 채우면 깡패를 동원해서 죽인다” 등 영업 실적을 올리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씨는 2011년 12월 경기 평택에서 디스코팡팡 시설업을 시작해 부천, 구리(아내 명의), 서울 영등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늘리다 충남·부산·대구 등 전국에 총 11개 사업장을 운영한 디스코팡팡 업계의 큰손이었다.

수원역 로데오거리 디스코팡팡 시설물에 대한 한국관광공사 유원시설물 정보. 해당 시설물은 2012년 8월23일 설치된 뒤 지난 2월17일 검사를 받았다고 쓰여있다. 유원시설물안전정보망 갈무리

수원역 로데오거리 디스코팡팡 시설물에 대한 한국관광공사 유원시설물 정보. 해당 시설물은 2012년 8월23일 설치된 뒤 지난 2월17일 검사를 받았다고 쓰여있다. 유원시설물안전정보망 갈무리

 영업 실적을 내라는 공씨의 닦달에 실장들은 자기 돈으로 매달 50만~100만원씩 할당량을 채웠다고 한다. 실장들은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연예인처럼 따르는 DJ들을 같은 방식으로 압박했다. DJ들은 10대 청소년들을 가스라이팅해 입장권을 외상으로 떠넘기고 돈을 갚지 않으면 성매매(조건 만남)를 강요해 돈을 갈취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씨는 자신이 조직폭력배들과 친하다면서 직원들에게 충성과 복종심을 강요했다고 한다. 공씨와 함께 일했던 한 직원(익명 요구)은 “디스코팡팡 타는 걸 좋아하거나 말솜씨가 좋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명 DJ처럼 되고 싶어서 일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사장(공씨)이 원하는 만큼 매출이 안 나오면 ‘업장 관리를 못 한 네 탓’이라고 화를 내면서 ‘내가 말만 하면 조폭들이 담그러 올 것’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했다”고 말했다.

 공씨는 디스코팡팡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아내 명의로 방문판매업 법인을 설립하는 등 신규 사업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급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급 외제 차를 몰고 다녔다고 한다. 공씨는 단골손님들이 더 많은 돈을 내놓게 하려고 이벤트성 상품도 만들었다. 1장당 4000원인 입장권을 대량 구매하는 우수 고객에게 ’DJ와 데이트 1회권‘, ‘원하는 DJ와 식사권’ 등을 내걸었다. 경찰은 계좌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해 1년 동안 범죄수익금을 약 3억원으로 추정했다.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 소재 디스코팡팡 외부 모습. 주범인 공모(45)씨가 체포되기 6개월여 전인 지난 2월8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청수사대는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시킨다″는 112 신고를 받고 수원역 디스코팡팡이 단순 놀이 시설이 아닌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범죄가 이루어진 장소로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 손성배 기자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 소재 디스코팡팡 외부 모습. 주범인 공모(45)씨가 체포되기 6개월여 전인 지난 2월8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청수사대는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시킨다″는 112 신고를 받고 수원역 디스코팡팡이 단순 놀이 시설이 아닌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범죄가 이루어진 장소로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 손성배 기자

 경찰은 주범인 공씨를 포함해 디스코팡팡 종사자 16명과 지인 9명 등 25명을 공갈, 성매매 강요, 미성년자의제강간, 액상 마약흡입·소지 등 혐의로 입건하고 이중 12명을 구속했다.

디스코팡팡 왕국의 실체는 지난 2월8일 DJ들에게 성매매를 강요 당한 10대 여학생이 아는 언니에게 조건 만남 강요 피해를 호소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날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시킨다”는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원역 디스코팡팡에서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직적 범죄가 이뤄진다는 첩보까지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첫 구속 피의자는 수원 디스코팡팡 DJ 3인방 중 한 명인 C씨(20대 초반)로 단골 여성 청소년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혐의로 지난 4월27일 재판에 넘겨졌다. 3인방 중 나머지 2명도 각각 청소년성보호법(강요행위 등) 위반 혐의와 협박 등 혐의로 잇따라 구속됐다. 20대 초반 DJ 3인방이 성착취물까지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수원역 디스코팡팡 실장 A씨는 이들을 혼내며 감금하고 때렸다가 상습공갈교사 혐의에 폭행 혐의까지 더해져 지난 6월27일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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