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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수급자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익명의 어르신이 전한 봉투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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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A씨가 전달한 수해금 봉투. 사진 부산 북구

70대 A씨가 전달한 수해금 봉투. 사진 부산 북구

기초생활수급자인 70대 노인이 이재민을 위해 써 달라며 익명으로 수해금을 전달했다.

2일 부산 북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70대 A씨가 덕천3동 행정복지센터에 흰 봉투를 전달했다.

봉투 겉면에는 '수해금'이라는 문구가 자필로 적혀 있었고, 현금 3만원이 들어 있었다.

A씨는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나도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수급자이지만 뉴스를 보니 이번에 너무 많은 비가 왔더라"면서 "집도 잃고 다 잃게 된 사람들을 보니까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래도 수해를 입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부의 뜻을 전했다.

A씨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북구는 전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주어 감사하다"며 "기부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잘 전달할 예정"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A씨처럼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정순(75) 할머니는 최근 서울 강서구 방화3동 주민센터를 자신의 고향인  경북 지역 등 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 이웃들에게 써 달라며 성금 7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달 20일엔 김모(85) 할아버지가 생계급여를 아끼고 공병을 수집하면서 모은 돈으로 성금 500만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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