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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한반도 통일에 큰 열정 가졌던 인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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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전쟁 전사』 번역본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지난 1일 서울 동북아역사재단 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한국전쟁 전사』 번역본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지난 1일 서울 동북아역사재단 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인 지난달 27일,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85) 도쿄대 명예교수의 『한국전쟁 전사』 번역본이 나왔다. 700여쪽 분량에 전쟁 발발 원인과 과정을 집대성한 노작이다.

한국전쟁은 북한에선 조국해방전쟁, 일본에선 조선전쟁, 영어권 일각에선 잊혀진 전쟁으로 불린다. 그만큼 특정 관점으로만 보면 곡해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저작은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는 점 자체로도 의미 있다. 자신은 진보 성향이면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한반도 통일에 큰 열정을 가졌던 인물”로 평가한 부분 등이 그러하다. 번역본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그를 지난 1일 만났다. 그는 “정전협정 70주년이지만 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의 지속으로 인한 특수한 적대 상태로 인해 십자가를 짊어지는 건 결국 남북의 사람들”이라며 “이웃 국가들은 (전쟁의 종식을) 도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남과 북이 전쟁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반성하는 것은 어렵지만 5년, 10년을 끈기있게 계속하면 변화는 틀림없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북 대화가 어렵다면 일본 등을 참여시키거나, (비교적 갈등 소지가 적은) 고대사 연구부터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이 어디에서 자금을 융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이라며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의 오판으로 인해 또 다른 전쟁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갈등 심화를 우려한 그는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한반도에서 벌인다면 둘은 살아남겠지만, 남북뿐 아니라 일본의 모든 사람은 끝장”이라며 “꼭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한·일이 미국과 삼각 공조를 잘 구축하고, 그 안에서 미국이 중국에 과도한 적대시 정책을 펴지 않도록 설득하고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그는 “일본을 추궁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頭をなでる)’는 일본어 표현과 같은 행동도 필요하다”며 “추궁만으로는 사람들이 변하기 어렵고, 다른 접근 방법도 시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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