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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트럼프 3번째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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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3월 미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된 이후 세번째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 대배심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혐의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및 사기 등 총 4가지다. 연방 대배심은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6명의 공모자를 기소 대상에 포함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스미스 특검은 공소장에서 “피고인(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고도 권력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며 “부정 선거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무시하고, 폭력과 혼란을 이용하려 했다”고 적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의 마지막 절차인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인증 거부를 요구하고, 측근 의원들을 통해 제출한 가짜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대선 승리를 선언하려 했다. 또 펜스 부통령이 지시를 거부하자 이날 지지자 수천 명에게 의사당 진격을 요구해 사상 초유의 ‘1·6 의사당 난입’사태를 일으켰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스미스 특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거짓말이 그것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기소 직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상 법을 준수해 왔으며, 이번 기소는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 6월 기밀문서 반출 사건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기소됐다.

앞선 두 차례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공화당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를 거란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인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공격했다”며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이보다 더 중대한 사건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NYT 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심각한 연방 범죄를 저질렀다’고, 53%는 그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선거전략가들은 이번 기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본선에서 공화당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얻는 것엔 어려움을 겪을 거로 본다”고 전했다.

향후 수개월 간의 경선 기간 동안 선거운동과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올해 상반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는 데에만 약 4000만 달러(약 516억원) 이상을 썼고, 현재 남아있는 금액은 400만 달러(약 52억원)가 안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의 패니 윌리스 검사장은 이달 중 2020년 조지아주 대선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주 국무장관을 압박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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