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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뼈아프게 후회…녹음기 비난 생각 못했다" 1만자 입장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씨는 2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뼈아프게 후회…녹음기 비난받을 일이라 생각 못해”

웹툰 작가 주호민이 2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두 번째 입장문을 올렸다. 사진 유튜브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이 2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두 번째 입장문을 올렸다. 사진 유튜브 캡처

약 1만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주씨는 아이를 용서해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재차 사과하며 “사건 발생 후 교사 면담을 하지 않고 바로 고소를 했느냐는 비난과 분노를 많이 보았다”며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사 면담을 신청했다가 취소했던 데 대해 “바로 고소를 하려던 게 아니라 상대 교사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였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내 비판받은 데 대해서는 “그간 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의 학대 사건들에서 녹음으로 학대 사실을 적발했던 보도를 보아왔던 터라 이것이 비난을 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미처 하지 못했다”며 “이상행동이 계속되어 딱 하루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서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학대를 의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폐 아동의 특성 중 패턴 대화가 있는데, 평소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어땠어?’라고 물으면 ‘재밌었어요’ 하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진다"며 "물음에 위축된 어조로 '잘못했어요'라는 답변을 하거나 강박적인 반복 어휘가 늘었고 대화가 패턴에서 벗어나면 극도로 불안해하는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없는 곳에서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 요인을 경험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빠르게 교정해 줘야 하는데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청·학교 문의했으나 신고 없이 분리 불가하다 답변

웹툰 작가 주호민. 사진 인스타그램

웹툰 작가 주호민. 사진 인스타그램

주씨는 아들이 같은 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뒤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 노력했으며 아이에게 그러면 다시 일반 학급에도 갈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며 “교사가 아이에게 ‘너는 아예 돌아갈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단정하는 말도 가슴 아팠지만, 그것이 엄하게 가르쳐 훈육하려는 의도의 어조가 아닌 다분히 감정적으로 ‘너는 못 가’라며 단정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감정적인 어조의 말들에서 교사는 아이의 이름 대신 야·너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이것이 훈육의 차원이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가 불안할 때 익숙한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는 상동행동이 있는데 그럴 때 ‘그딴 말 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주씨는 “충격과 혼란 상태여서 분리를 빨리해야 한다는 결론만 있을 뿐이었다”며 “학교에서는 신고 조치를 해야 분리가 가능하다고 했고, 먼저 문의했던 교육청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씨는 시스템 부재와 절차에 대한 무지로 고소를 선택하게 됐고 결과를 예상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라며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 해명했다. “고소를 하면 우선 분리조치가 되고 그 이후에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처리될 거라 생각했는데 직위해제와 기소가 이렇게 빨리 진행될 것에 대해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검·경이 학대행위 인정…모든 커리어 부정하는 건 아냐”

웹툰 작가 주호민씨는 앞서 지난달 26일 인스타그램에 첫 번째 입장문을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씨는 앞서 지난달 26일 인스타그램에 첫 번째 입장문을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주씨는 재판에 넘겨진 상대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입장 자체는 굽히지 않았다. 주씨는 “수사기관에 의해서도 학대행위가 인정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상대 교사의 사과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주씨는 “교감선생님과 일반 학급 담임 선생님이 선처 의사를 물어왔다”며 “진심 어린 사과면 사과를 돕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다만 교사 측의 요청으로 물어온 것은 아니어서 의사가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씨의 아내가 법정에서 교사의 처벌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서는 “재판정에서 상대 교사는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를 혼잣말이었다고 주장했고 사과보다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거로 보였다”고 했다.

다만 주씨는 “상대 선생님이 교사로서 장애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과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해도 이것이 선생님의 모든 커리어를 부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 두 가지 마음이 저희 안에서는 서로 모순되지 않고 공존한다”고 했다.

주씨는 입장문을 올리게 된 경위에 대해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전날(1일) 상대 교사에게 만남을 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리인께서는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깊은 고민과 여전한 두려움을 안고 조심스럽게 저희의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특수교사 헌신 누구보다 잘 알아…반성하고 있다”

주씨는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큰 잘못을 했다며 “첫째는 특수학급 부모님들과 이 과정을 의논해야 했다”고 했다.
주씨는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다른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많이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당연한 것이라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사죄드리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또 주씨는 “저는 지금 모든 특수교사들의 권리와 헌신을 폄하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며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로서 누구보다 특수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분에 넘치는 배려와 사랑 속에서 우리 아이가 보호받았고 지금도 아이의 상태를 우선 걱정해주는 선생님들이 계신다”며 “선생님들의 고충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을 고통 속에 반성하고 있다. 살면서 갚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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