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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특검' 말 나온 날…박영수, 망치로 휴대전화 부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으로 두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부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재조명받고 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6월 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6월 30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박 전 특검이 지난 2월 16일 무렵 망치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부수고, 최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의 사무실 PC가 압수수색 닷새 전 포맷된 점 등을 의도적 증거인멸로 보고 법원에 구속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법원은 지난 6월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박 전 특검에 대한 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검찰이 박 전 특검이 휴대전화를 폐기한 날이라고 지목한 2월 16일은 정치권에서 50억 클럽 수사가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하던 시기다. 앞서 같은 달 8일 검사 출신 곽상도 전 의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당일인 16일엔 “50억 클럽 특검이 불가피하다(박홍근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주장도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은 박 전 특검이 양 전 특검보를 만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자금 등 검찰 수사 대응 방안을 논의한 날이기도 하다. 검찰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재수사 흐름을 감지한 박 전 특검이 미리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 4월 27일 '쌍특검(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법'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김성룡 기자

앞서 검찰은 박 전 특검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 위해 보강수사를 벌여왔다. 박 전 특검의 딸 박모씨로부터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대여금 11억원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부녀의 공모관계를 규명한 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새롭게 적용한 것이다.

또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변협 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네받은 시점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 된 이후인 2014년 10~12월이라는 것도 특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기각 사유가 ‘소명 부족’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혐의를 보강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첫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31일, 박 전 특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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