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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엔 치명타?…"대선 지고 권력탈취 시도" 3번째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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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월6일 선거 결과 무효를 주장하며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1년 1월6일 선거 결과 무효를 주장하며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3월 미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된 이후 세번째다. 앞서 두 번의 기소는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돼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엔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혐의라 대선 가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워싱턴 연방 대배심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로 했다. 혐의는 미 정부를 기만하기 위한 모의와 선거결과 인증 등 의회 공무집행 방해, 공무집행 방해 모의, 투표권 침해 모의 등 총 4가지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1월 대선에서 패하고도 관련 절차를 조작해 권력을 연장하려 했다고 봤다. 지난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의 마지막 절차인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인증 거부를 요구하고, 측근 의원들을 통해 제출한 가짜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대선 승리를 선언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펜스 부통령이 지시를 거부하자 이날 지지자 수천명에게 의사당 진격을 요구해 사상 초유의 1·6 의사당 난입사태를 일으켰다는 혐의도 받는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을 불법으로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을 불법으로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검은 공소장에서 “피고인(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고도 권력을 유지하려고 결심했다”며 “부정 선거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실을 무시하고, 폭력과 혼란을 이용하려 했다”고 적었다. 스미스 특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거짓말이 그것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진 게 확실한데도 사기와 폭력으로 권력을 탈취하려 했고, 미국인의 투표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발표 직전 소셜미디어에 “미친 잭 스미스가 2024년 대선에 개입하려고 2년 반 전이 아닌 선거운동 중간에 기소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 6월 기밀문서 반출 사건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기소됐다. 앞선 두 차례 기소는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이 급등해 공화당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1위로 올라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에 내년 11월 치러질 미 대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시에나칼리지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지지율 43%을 얻어 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기소는 선거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범죄와 관련된 만큼 이전과는 양상이 다를 거란 분석도 나온다. NYT는 “이번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인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공격했다”며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이보다 더 중대한 사건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NYT 조사에서 응답자 5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심각한 연방 범죄를 저질렀다’고 답했고, 53%는 그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라는 의견을 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1·6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민주주의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며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검이 이 사태의 배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적시함에 따라 내년 대선이 바이든·트럼프 대결로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 선거전략가들은 이번 기소로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본선에서 공화당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얻는 것엔 어려움을 겪을 거로 본다”고 전했다.

향후 수개월 간의 경선 기간 동안 선거 운동과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수사와 기소에 대응하는 법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올해 상반기 트럼프와 측근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는 데에만 4000만 달러(약 516억원) 이상을 썼고, 현재 계좌에 남아있는 금액은 현재 400만 달러(약 52억원)가 안 된다. 트럼프 측은 ‘애국 법률 보호 펀드’란 명칭으로 별도의 변호사 비용 모금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은 이달 중순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조지아주 국무장관을 압박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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