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대표와 야당의 ‘봐주기 수사’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2일 오전 수원구치소에서 ‘더 이상 정치권의 희생양, 정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지난 1월17일 귀국해 구속된 이후 외부에 서신 형식의 입장문을 낸 것은 처음이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이 접견 직후 김 전 회장의 기명 날인된 입장문을 교정 당국 접수 확인 도장을 받은 뒤 중앙일보에 먼저 공개했다.
김 전회장은 입장문에서 “저와 쌍방울그룹을 부도덕한 기업인, 기업으로 매도하는 현실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며 “대북 송금 사건은 경기도와 그 관련자들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투입한 자금도 회사 자금이 아니라 내 개인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진실이 호도되고 본인과 회사가 정치권의 희생양이 돼가는 작금의 사태를 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재명 대표 이름을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경기도와 그 관련자로 표현하면서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특히 최근 야당 인사들이 주장한 ‘검찰의 김성태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김 전 회장은 “대북 사업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사사로운 이득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기업인으로서 애국심으로 결정하고 진행했다”며 “이 사건으로 제 가족(친동생, 사촌 형, 매제)은 물론 쌍방울그룹 임직원 18명이 기소됐고, 이 중 11명이 구속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자본시장법 위반 등 무려 9개 항목의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최근(지난달 6일)에도 추가 기소를 당했고, 검찰이 범죄사실로 특정한 횡령 혐의 액수도 총 수백억원에 달한다”며 “금액과 조사 대상만 보더라도 도대체 어느 부분을 검찰에서 봐주기 수사 했는지 납득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한 이상한 검찰”이라며 “언제든지 중범죄로 공소장 변경이나 추가기소가 가능하다. 김 회장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박범계·주철현·민형배·김승원 의원이 지난달 24일 수원지검을 찾아 항의 방문했고, 30일에는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이름으로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를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는 등 민주당측은 검찰과 김 전 회장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이에 김 전 회장도 변호인, 측근들과 상의한 끝에 본인 입장을 정리해 알리려는 취지로 서신을 정리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저는 노상강도도 깡패도 아닐뿐더러 한 기업의 수장이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다. 이런 표현은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큰 치욕”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날 과오에 반성하고 수사와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법정에선 진실 만을 말하고 사법부 판단에 따라 지은 죄가 있다면 달게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치와는 거리가 먼 기업인일 뿐인데, 일부 정치인이 저와 경기도 대북 사업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며 “과거에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후원한 이력이 있을 뿐인데, 그 이유로 저와 회사는 지속적으로 공격 당했고, 지금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후원했던 정당(민주당)으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회장은 ’“저와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은 하루빨리 정상화된 회사에서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 그룹과 함께하는 협력업체, 그 가족들을 포함한 2만여명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는 말로 입장 글을 마무리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1일과 18일 이 전 부지사의 특경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대납 지원 사실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오는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리는 42차 공판에 재차 증인 출석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