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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이틀 만에 눈물을 웃음으로 바꾼 최정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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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최정민. 구미=김효경 기자

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최정민. 구미=김효경 기자

지난달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조별리그 1차전 흥국생명과의 경기를 마친 IBK기업은행 미들블로커 최정민(21)은 눈물을 보였다. 팀은 이겼지만, 자신의 경기력에 실망해서였다.

이날 최정민은 블로킹 3개를 잡았지만 공격성공률 27.3%에 그치며 6득점에 머물렀다. 눈물을 쏟은 그에게 선배 김희진이 다가가 위로했고, 김호철 감독도 등을 두들겼다.

김호철 감독은 1일 경기를 앞두고 "김수지가 이적한 이후 중앙을 책임질 선수다. 생각보다 못한 게 아쉽고 서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표시하는 걸 좋게 본다. 다음 경기에 잘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민이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배구를 하라고 했다. 남을 따라가기 보다는, 본인이 이끄는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의 기대대로 최정민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득점은 8점으로 늘어났고, 유효블로킹도 6개에서 9개로 증가했다. 속공은 1개 성공에 그쳤지만, 오픈 공격을 척척 때렸다. 최정민은 "준비했던 것만큼 잘 보여주고 경기도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지었다. 눈물을 흘렸던 이유에 대해선 "연습할 때도 잘 안됐는데 생각했던 게 자꾸 안 돼 답답했다.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오늘은 최대한 편하게 하려고 했다"고 했다.

7월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흥국생명전 뒤 눈물을 보인 IBK기업은행 최정민과 격려하는 김호철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7월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흥국생명전 뒤 눈물을 보인 IBK기업은행 최정민과 격려하는 김호철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정민은 고교 시절 전국대회 MVP까지 받은 기대주였다. 운동 능력도 좋아 미들블로커·아포짓·아웃사이드 히터 등 여러 포지션을 맡았다. 그래서 백어택을 포함한 다양한 공격패턴을 소화한다. 중학교 때까지 세터를 해 2단 연결도 곧잘 한다.

하지만 프로에 온 뒤 2년차까지 성장통을 겪었다. 미들블로커로선 키(1m80㎝)가 작고, 날개 공격수를 하기엔 리시브 능력이나 파괴력이 아쉬웠다. 지난 시즌 김희진이 아포짓으로 뛰게 되면서, 미들블로커에 전념하게 됐다.

7월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흥국생명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IBK기업은행 최정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7월 30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흥국생명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IBK기업은행 최정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에게 최정민의 성장은 절실하다. 지난 시즌 뒤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FA(자유계약선수)로 팀을 떠났다. 김희진이 다시 미들블로커로 변신하지만, 재활중이라 시간이 필요하다. 최정민과 김현정, 그리고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입단한 임혜림까지 모두 기용할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공격력이 뛰어난 최정민의 성장이 필요하다.

김호철 감독은 IBK기업은행을 맡은 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장 강조했다. 최정민 역시 마찬가지다. 최정민은 "감독님이 기술적으로 특별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건 없다. 다만 항상 자신 있게 하라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이어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건 맞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려고 한다. 속공과 블로킹 타이밍을 집중적으로 훈련 중이다. 현정 언니와 상대 공격수들을 어떻게 잡아야할 지에 대해 연구하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최효서.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최효서.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정민은 자매 선수다. KGC인삼공사 리베로 최효서가 동생이다. 지난해 함께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자매 선수들은 대개 프로에 먼저 간 언니가 동생들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한다. 그런데 신인왕을 수상한 동생은 언니에게 한 턱을 냈을까. 정답은 'O'다. 최정민은 "동생이 용돈을 줬다"며 미소지었다. KGC는 A조 2위, IBK는 B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순위가 유지된다면 4일 준결승에서 '자매 대결'이 성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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