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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빼는 큰손들, 돈줄 줄어도…'격차 두배' 트럼프 지지율 비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공화당 거액 기부자들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다른 후보로 옮겨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내 내년 대권 유력주자로 꼽힌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공화당 거액 기부자들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다른 후보로 옮겨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내 내년 대권 유력주자로 꼽힌다. AP=연합뉴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공화당 기부 '큰 손'들이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트럼프에게 출마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거나, 후원금 중 거액을 다른 공화당 후보에게 돌리는 식이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올해 연이어 재판에 넘겨지면서 막대한 변호사 비용까지 감당해야 해 후원금 곳간 사정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50% 넘는 지지율로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출마 포기하고 킹 메이커로 남아라"

석유회사 셰일의 창립자 해럴드 햄(78)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출마를 포기하고 킹 메이커로 남으라"고 권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석유회사 셰일의 창립자 해럴드 햄(78)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출마를 포기하고 킹 메이커로 남으라"고 권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의 핵심 기부자이자 석유회사 셰일의 창립자인 해럴드 햄(78)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출마를 포기하고 '킹 메이커'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한 것"이라며 "(출마 포기하라는) 내 권고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순 자산이 200억 달러(약 25조 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햄은, 지난 2016~2020년 트럼프에게 약 125만 달러(약 16억 500만원)를 기부했다. 2016년 트럼프가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고려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의 든든한 자금줄이었지만, 그는 아직 내년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다른 경선 주자인 니키헤일리 전 유엔(UN)주재 미국대사에게 1만 6600 달러(약 2200만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도 6600만 달러(약 900만원)를 후원했다. 그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에너지 정책을 옹호하면서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등 민주당 후보를 견제할 사람을 지지할 것"이라며 트럼프를 향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부 큰 손들 자금, 디샌티스 등으로 이동

공화당의 또다른 대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주요 후원자 중 상당수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AFP=연합뉴스

공화당의 또다른 대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주요 후원자 중 상당수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 AFP=연합뉴스

과거 트럼프의 정치자금 후원 거물 중 일부는 다른 후보를 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후원단체)인 '네버 백 다운(Never Back Down)'에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지원했던 부유층이 대거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네버 백 다운의 상반기 모금 현황에 따르면, 네바다주 호텔 재벌인 로버트 비글로는 2000만 달러(약 257억 2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트럼프의 핵심 자금줄로 꼽혔지만, 2021년 의회 난입 사태 뒤 트럼프와 연을 끊겠다고 공언한 인물이다. 이외에 실리콘밸리 투자자 더글러스 리온(200만 달러), 플로리다 부동산 개발업자 모리 호세이니(100만 달러) 등도 디샌티스에게 거액을 후원했다.

재정적 압박에도 공화당 내 선두주자 유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설문조사 결과 공화당 유권자 중 5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설문조사 결과 공화당 유권자 중 5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AFP=연합뉴스

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잇따라 기소되면서, 그의 슈퍼팩인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는 금전적 위기에 처한 모양새다. 변호사 선임비 등 사법 비용이 모금액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뉴욕타임스(NYT)는 "세이브 아메리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른 단체에 기부했던 6000만 달러(약 771억원)를 환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올해 세이브 아메리카가 보유한 현금은 1800만 달러(231억원)로, 상반기 지출한 법률 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공화당 내 대권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NYT가 지난 23일부터 5일간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54%에 달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17%)의 두 배를 훌쩍 넘긴 수치다. '강력한 지도자'와 '대선 승리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 각각 69%·58%의 응답자가 트럼프를 꼽았다. NYT는 "현재로썬 공화당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싸우려는 열망에 부합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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