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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연속 무역흑자, 수입 줄어든 덕…반도체 수출 -34% 역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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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송봉근 기자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이 대폭 감소한 덕에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흑자 기조로 전환이 빨라진 양상이지만, 감소세가 꺾이지 않는 수출의 반등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3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다. 수입은 487억1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25.4%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7월 한 달간 무역수지는 16억30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6월 무역수지(11억3000만 달러)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두 달째 '플러스'(+)를 찍은 것이다. 2개월 이상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한 건 2020년 5월~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월간 무역수지는 올 1월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도 248억4000만 달러로 줄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하지만 수출 기상도는 여전히 흐리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업황 부진,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단가 하락,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역(逆) 기저효과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째 역성장이다. 6월에 -6%로 감소 폭을 줄이며 '반짝' 반등 신호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두 자릿수 감소율로 내려갔다.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에선 자동차(15%)와 일반기계(3.2%), 가전(2.5%) 등 3개만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1위 수출품' 반도체(-33.6%)를 비롯해 석유화학(-24.5%), 철강(-10.2%) 등의 수출은 역성장했다. 이른바 6대 주요 지역으로의 수출은 모두 감소했다. 중국(-25.1%)·아세안(-22.8%)의 부진이 계속된 가운데, 대(對) 미국·EU(유럽연합) 수출도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이 흔들리면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무역수지 개선을 이끈 건 대폭 하락한 수입액이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던 원유(-45.8%)·가스(-51.1%)·석탄(-46.3%)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에서만 47% 급감한 게 크게 기여했다. 에너지를 뺀 나머지 품목 수입도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6.8% 줄었다. 다만 국제 유가가 3개월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기면서 빠르게 오르는 게 향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에너지 수입 감소 속에 8월 무역수지도 균형을 이루거나 소폭 흑자로 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수출은 반도체 부문의 감소세가 다시 커지는 등 자동차를 빼곤 전반적으로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정부는 당초 7~8월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무역수지 개선 흐름이 잠시 주춤할 수 있고, 9월 이후 흑자 기조가 유지될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흑자 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무역 전반에 숨통이 트였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무역흑자 기조 유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반도체도 점진적 회복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출 '상저하고'(상반기 나쁘다가 하반기 살아남)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침체 위기에 놓인 중국 경제의 반등,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IT 경기 회복 등이 뒤따라야 해서다. 4분기에 월별 '수출 플러스'로 전환한다는 정부 전망까진 갈 길이 먼 셈이다. 장상식 실장은 "기저효과 때문에 10월 이후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겠지만, 중국·반도체·자동차 같은 변수가 많다"면서 "해외 수요가 좋아질 때까지 수출 중소기업 등이 잘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금융·인력 문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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