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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명 숨진 파키스탄 테러, IS "우리가 했다"…'선거 테러 신호탄' 우려

중앙일보

입력

54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친 파키스탄의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가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들은 오는 11월 예정된 파키스탄 총선을 앞두고 관련된 여러 무장 세력이 ‘선거 테러’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IS는 이날 자체 매체인 아마크통신을 통해 “IS 대원이 폭탄 조끼를 입고 군중 한가운데서 자폭했다”며 “이번 공격은 우리가 민주주의 정부에 맞서 치르는 지속적인 전쟁의 일부”라고 밝혔다.

키베르-파크툰크와주 바자우르 지역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 현장. AFP=연합뉴스

키베르-파크툰크와주 바자우르 지역에서 벌어진 자살폭탄테러 현장. AFP=연합뉴스

굉음과 함께 찢겨진 시신…"최후 심판의 날 같았다"

IS의 폭탄 테러는 전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 키베르·파크쿤트와주(州) 바자우르에서 이슬람 극우 정당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라미’(JUIF)의 행사 도중 발생했다. 친(親) 탈레반 성향의 JUIF는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일부로, 지난해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를 통해 임란 칸 전 총리를 축출하고 집권했다.

테러 당시 행사장에는 JUIF 당원 400여 명을 포함해 1000여 명의 인파가 운집해 정당 지도부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경찰에 따르면, 자살 테러범은 폭약과 살상용 구슬이 장착된 조끼를 입고 당 고위 지도자들이 앉아 있던 무대 근처에서 자폭했다. 목격자들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찢겨진 시신이 바닥에 널부러졌다”면서 “최후 심판의 날(Doomsday)의 장면 같았다”고 전했다. JUIF의 지역 수장인 마울라나 지아울라도 현장에서 숨졌다.

파키스탄 자살 폭탄 테러로 부상 당한 소년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AP=연합뉴스

파키스탄 자살 폭탄 테러로 부상 당한 소년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AP=연합뉴스

IS "탈레반은 배교자, 우리가 이슬람의 진정한 얼굴"

외신은 IS가 파키스탄 총선을 앞두고 반대파를 견제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테러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그간 S는 탈레반에 대해 “엄격한 이슬람 교리를 국가 통치에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배교자”라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이슬람 무장 세력의 진정한 얼굴”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친 탈레반 성향의 JUIF를 두고 “세속주의적인 민주 정부를 따르면서 종교 정당인 척하는 위선자”라고 부르면서 “미국과 이슬람 시아파에 너무 온건하다”고 비판해왔다. 파키스탄 안보 분석가인 아쉬라프 알리는 “IS는 이미 JUIF와 관련된 성직자 수명을 살해했고, JUIF 정당을 겨냥한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해왔다”고 말했다. 탈레반도 IS를 사이비 종파라고 비난하면서 양자는 앙숙이 됐다.

파키스탄은 칸 전 총리가 지난해 4월 부패 혐의로 축출된 이후 지지세력과 반대파 간 시위가 격화돼 유혈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홍수 이후 식량난까지 겹쳐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NYT는 “이번 총선은 대규모 시위와 불안에 휩싸인 국가의 정치적 안정 회복에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민족민주운동을 이끌고 있는 정치인 모신 다와르는 “이슬람 무장 세력이라는 맹렬한 불을 지금 당장 끄지 않으면, 파키스탄 전역의 모든 사람이 불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의 관을 옮기고 있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의 관을 옮기고 있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정부 "테러리즘 강력 대응"

전문가들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무장 테러가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이슬람 극단주의 전문가 아스판디아르 미르는 “총선은 무장 단체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은 이벤트”라면서 “파키스탄 탈레반과 IS 국가 지부 및 지역 단체들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경쟁적 노력에 돌입하게 되면, 선거 시즌의 상황이 매우 추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리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이슬람·코란·파키스탄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목표로 삼은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하고 “진정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윰 아우랑제브 내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파키스탄의 생존과 통합에 테러리즘 종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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