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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명물 '튀소'에 난리…경찰, 4만명 몰리자 '말뚝' 세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1일 오후 7시 대전시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점 앞 골목. 폭 4m, 길이 30m 정도의 골목 양쪽 입구에는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볼라드(말뚝)가 세워져 있었다. 사흘 전 경찰이 인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전시·중구청 등과 협의해 설치했다. 옆엔 은행동 상점가 상인회가 설치한 ‘차량 진입 금지’ 안내판도 세워졌다. 바닥에도 ‘진입 금지’를 알리는 글씨가 커다랗게 칠해져 있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시 중구 은행동 성심당 골목에 차량을 통제하는 볼라드(말뚝)이 설치돼 있다. 경찰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차량 통제를 결정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시 중구 은행동 성심당 골목에 차량을 통제하는 볼라드(말뚝)이 설치돼 있다. 경찰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차량 통제를 결정했다. 신진호 기자

성심당은 대전 명물로 알려져 있다. ‘튀김 소보로’가 인기다. 차량 진입 금지 구역을 설정하기 전 성심당 앞 골목은 차량과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늘 혼잡했다. 주말과 연휴, 크리스마스 때면 은행동 골목과 인근 지하상가 등에 최대 4만여 명(경찰 추정)이 찾을 정도였다. 좁은 골목이 인파와 차량으로 가득 차 오가는 교행(交行)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주말이면 좁은 골목 등에 4만명 찾아 

보행자끼리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사고로 119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차량 백미러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교통사고도 빈번해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보행자들을 위협, 경찰에 관련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이러다가 이태원 같은 대형 사고가 나지 않을까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은행동 골목은 차량과 인파가 섞이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됐던 곳이다. 신진호 기자

은행동 골목은 차량과 인파가 섞이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됐던 곳이다. 신진호 기자

처음 반대하던 상인들 결국 동의 

은행동 골목을 관할하는 대전중부경찰서 선화파출소는 순찰 과정에서 ‘혼잡 민원’을 접수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은행동 성심당 본점 앞 골목이 문제였다. 하지만 차량을 통제하면 가장 먼저 성심당을 비롯한 골목 상인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판단했다. 물건을 싣고 내리는 게 불편하고 몸이 불편한 고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상인들을 찾아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설득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상인들도 결국 차량 통행금지 조치에 동의했다.

대전중부경찰서는 지난 6월 29일 교통안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대전 중구 대종로 480번길 15 성심당 본점 앞 30m 구간’에 대해 차량 통행금지를 결정했다. 경찰은 대전 중구청 건설과, 은행동 으능정이 상인회와 함께 현장 점검을 마치고 지난달 28일 차량 통행을 막는 볼라드를 설치했다.

차량통행이 금지된 뒤 은행동 상가 골목의 보행환경이 달라졌다. 신진호 기자

차량통행이 금지된 뒤 은행동 상가 골목의 보행환경이 달라졌다.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은행동 상가 골목 가운데 성심당 본점 앞은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구간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며 “차량 통행 제한으로 성심당 이용객은 물론 보행자 모두가 안전하게 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들 "은행동 골목 전 구간 차량통행 금지를" 

시민들은 “진작에 이런 구조물을 설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반겼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성심당을 찾은 김모(40)씨는 “차량 통행만 금지했는데도 골목이 이렇게 여유롭고 안전하게 느껴진다”며 “인근 다른 골목도 모두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구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경찰청은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대전 중구 은행동과 선화동 일원에서 열리는 ‘대전 0시 축제’ 기간에 인력을 투입, 안전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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