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성적은 17경기 타율 0.213(47타수 10안타) 9타점 10득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그것도 1년을 유급해 동기들보다도 한 살이 많은 선수 치고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그래서 이창조(19·마산고 3학년)는 이를 더욱 앙 다물었다.
마산고가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서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마산고는 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배재고와의 대회 1회전에서 장단 15안타를 몰아쳐 9-5로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9번 3루수로 나온 이창조(19)였다. 하위타순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러 공격 선봉을 이끌었다. 3타점은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기록이다.
방망이는 초반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마산고가 2-0으로 리드를 잡은 2회초 1사 2루. 타석으로 들어선 이창조는 상대 선발투수 주정환으로부터 중견수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를 뽑아내 2루 주자 이재원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0볼-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변화구를 가볍게 받아쳐 적시타를 만들었다. 이어 마산고는 성지백의 우전 2루타와 이정윤의 2타점 우중간 적시타가 연달아 터져 6-0으로 도망갔다.
공세는 계속됐다. 3회 볼넷과 상대 실책으로 만든 1사 2, 3루. 다시 찬스를 맞이한 이창조는 투수 키를 살짝 넘기는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안내했다. 일찌감치 8-0으로 달아나는 쐐기타였다. 마산고는 3회 1점을 내준 뒤 4회와 5회 2점씩 추가 실점했지만, 리드를 끝까지 지켜 9-5로 이겼다.
경기 후 만난 이창조는 “어릴 적 아버지와 찍찍이 볼로 야구를 하다가 처음 흥미를 느꼈다. 공을 잘 던지는 나를 본 아버지께서 정식으로 야구부 입문을 권유하셨다”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포지션 문제로 유급을 했다. 남들보다 1년 늦어진 만큼 더 열심히 고교 마지막 해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사실 올 시즌에는 감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방망이가 잘 맞기 시작했다. 그 감각이 오늘까지 이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이창조를 지도하는 마산고 고윤성 감독은 “이창조는 정말 성실한 선수다. 훈련도 가장 열심히 한다”면서 “그러나 조금은 더 독해졌으면 좋겠다. 더 좋은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선 독해질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전해들은 이창조는 “감독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야구를 할 때 조금 약한 면이 있다. 남은 대회에서라도 더 독하게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같은 날 휘문고는 신월야구공원에서 라온고를 20-2으로 크게 물리쳤다. 1회와 2회 내리 7점씩 뽑으면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확정했다. 6번 우익수로 나온 백계렬은 0-0으로 맞선 1회 2사 만루에서 우월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등 2타수 2안타 6타점으로 맹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