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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물렸어요" 찜통더위에 아파트 단지까지 출몰한 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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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중앙포토

구렁이. 중앙포토

찜통더위에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를 찾아 옮겨 다니는 뱀이 도심 곳곳에서 출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대대적인 뱀 소탕 작전이 벌어졌다.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반려견이 풀숲에서 나온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아파트 입구마다 붙었다.

지난 6월 중순에는 전남 여수의 한 주택가에서 길이 2m가량의 구렁이가 발견돼 소방대원이 출동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원 강릉 도심에서 길이 1.4m의 뱀이 출몰했다. 주차된 차량 보닛에 숨은 뱀을 소방이 30여분 만에 가까스로 포획해 인근 야산에 방생했다.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뱀이 최근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온 이유로 전문가들은 덥고 습한 날씨를 꼽았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덥기 때문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지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서 뱀을 만나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소방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긴 하지만 함부로 포획해선 안 된다.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서식 중인 대부분 뱀이 포획 금지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뱀을 잡아도 살처분하지 않고 야산에 풀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도심에서 뱀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뱀에게 물린 경우 깨끗한 물로 해당 부위를 씻어내고 독이 몸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상처 부위를 압박한 채 빠르게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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