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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실리콘 찾아라”…반도체 업계는 신소재 탐구 중

중앙일보

입력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사진 셔터스톡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사진 셔터스톡

반도체 업계가 그동안 주요 원료로 써오던 실리콘(Si)·게르마늄(Ge)의 한계를 극복할 화합물 신소재 탐구에 집중하고 있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반도체 재료에 대한 분석 경험을 가진 장치물리학 전공인력을 채용 중이다. 장치물리학은 실리콘·갈륨·게르마늄 등 전자적 특성에 의존하는 물질에 대해 주로 연구하는 분야다.

앞서 삼성전자는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최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선 “2025년부터 화합물 반도체의 일종인 질화갈륨(GaN) 전력 반도체(파워 반도체)의 컨슈머·데이터센터·오토모티브용 8인치 제품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사내에 전력 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화합물 기반 전력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공정 등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화합물 신소재는 전자기기 속 배터리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배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주로 쓰인다. 기존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등 단일 소재로는 고전압·대전류를 버틸 수 없고, 반도체 소형화 경쟁 속 10나노미터(㎚·1㎚=10억 분의 1m) 미만 공정에선 발열 문제가 발생하는 등 물성(物性)적 한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 질화갈륨·실리콘카바이드(SiC)·갈륨옥사이드(Ga2O3)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원소를 결합해 웨이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면 실리콘 반도체보다 전자 이동속도가 빨라 전력 소비가 낮고 발열도 적으며, 고온·고전압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내구성이 뛰어난 화합물 반도체가 더 각광받고 있다. 실리콘카바이드 전력 반도체는 실리콘보다 10배 높은 전압과 5배 높은 고열에도 동작할 수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전력 반도체를 파워컨트롤유닛(PCU)에 적용했는데,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부피를 5분의 1로 줄이면서 연비를 10% 향상시켰다.

향후 화합물 기반 전력 반도체 수요는 전기차·친환경 에너지 시장 확대에 힘입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합물 전력 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7%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유럽(54%)·미국(28%)·일본(13%)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대만 TSMC는 2020년 6인치 질화갈륨 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했으며,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 자회사 키파운드리 등도 8인치 질화갈륨 공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질화갈륨 반도체 시장은 2020년 5300만 달러(약 676억원)에서 2025년 11억2500만 달러(약 1조43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 등 국내·외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용 모스펫(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에 적용하기 위해 화합물 전력 반도체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상용화하기에 가격이 높은 것은 장벽으로 꼽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정부도 화합물 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부 등은 지난 13일 ‘화합물 전력 반도체 고도화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와 함께,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1384억6000만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갈륨·게르마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내달부터 희귀 금속과 화합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한 건 업계에 악재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희귀 금속과 화합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예고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합물 반도체를 대량생산하는 상황이 아니고,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직접 사용하는 소재가 아니라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대체선을 찾고 중국의 정책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윤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의 발열·속도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화합물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실리콘게르마늄(SiGe)·갈륨비소(GaAs) 등 특성이 뛰어난 새로운 화합물 반도체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공정 비용이 비싼 게 약점”이라며 “에너지 고효율을 필요로 하는 전기차를 비롯해 5세대(5G)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질화갈륨·실리콘카바이드 화합물 반도체의 채택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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