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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캠핑,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중독 주의를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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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강구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여름휴가로 차박이나 캠핑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캠핑은 밀폐 공간에서 난방기구를 사용하거나 음식 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일산화탄소 중독에 주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대부분 난방을 하는 겨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여름철 밀폐된 텐트 안에서 난방기 사용, 폐쇄된 공간에서 숯과 장작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 행위, 황토방 이용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충남 태안에서 차박 중 이동식 부탄연소기를 켜놓고 잠이 들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빚어졌다. 또 같은 해 5월에도 인천에서 캠핑 중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캠핑 관련 사고 14건 중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6건으로 8명이 사망했으며, 최근 10년간 일산화탄소 중독사고 70건 중 사망사고는 33건으로 47%를 차지한다.

일산화탄소는 담배나 난방 연료같이 탄소가 있는 물질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기체다. 생활 속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특히 야간에 밀폐된 차량이나 텐트 안에서 가스난로를 피우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고가 자주 발행한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무미 및 비자극성으로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라 중독을 알기 어렵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산화탄소를 ‘침묵의 살인자’라 한다.

일산화탄소는 세포로 산소를 공급하는 헤모글로빈에 산소보다 친화력이 240배나 더 커 산소가 결합하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세포에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뇌, 신경, 심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경미한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경우 두통, 근육통, 어지럼 또는신경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일산화탄소에 심하게 노출되면 착란, 의식소실, 발작, 심근 손상뿐 아니라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중독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수일에서 수개월 이후에 기억력장애, 인지장애, 성격 변화, 운동장애, 배뇨장애 등의 다양한 신경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예방이 중요하며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중독 환경에서 탈출하고, 빨리 119에 신고해야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최대한 환기를 시키고, 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안전장치 없이 환자를 구조하지 않도록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은 일산화탄소 노출 병력과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 농도 검사로 알 수 있다.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 농도 검사는 노출 시간, 환경 등에 따라 변할 수 있어 환자의 증상과 노출 병력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을 확인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되면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중증이거나 뇌 신경계 후유증이 있는 경우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해도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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